철인 3종 경기의 국제대회인 '아이언맨 70.3'이 지난 19일 부산에서 열렸다. 27개국 10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 이번 대회는 부산에서 열린 최초의 아이언맨 대회로, 세계철인3종경기협회(WTC)가 승인한 국제대회이다. 70.3은 총완주거리의 마일 단위인데, 113.1㎞(수영 1.9㎞, 사이클 90.1㎞, 마라톤 21.1㎞)에 이른다. 즉 수영 4㎞, 사이클 180㎞, 마라톤 42.195㎞인 풀코스 경기의 절반 거리를 달리는 하프 코스다.
우리나라 국민은 대부분 올림픽이나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의 메가스포츠 이벤트 유치에만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 대회들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개최 도시나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천문학적 비용 때문에 대회 이후 적자재정을 메우기 위해 수십 년간 곤란을 겪어야 한다. 그럼에도 대회 유치를 위한 국가 간 과잉경쟁으로 유치비용은 해마다 증가하고, 증가한 비용에 대한 이익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에 고스란히 돌아간다. 또 대회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개최 도시나 국가의 몫이라기보다 거대 스폰서 기업들에게 대부분 돌아가고 만다. 물론 우리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되었고,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온 국민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진 소득이었음은 분명하지만 국가 홍보가 이미 충분히 이뤄진 현시점에서 이제는 경제적 득실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번 아이언맨 대회의 부산 유치는 의미가 아주 크다고 할 수 있다. 대회 개최에 시민 혈세인 부산시 비용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참가자들의 참가비로 모두 충당되었기 때문이다. 철인 3종 경기는 선진국 스포츠라 할 수 있다. 세 가지 종목을 섭렵해야 하므로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하고 또한 복장, 장비(사이클), 높은 참가비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초청 인사들의 항공료, 숙박비, 식비 등을 부산시나 대회조직위 등에서 부담하는 여타 국제행사들과는 달리 아이언맨 대회는 이러한 모든 비용을 참가자들이 자비로 낸다. 게다가 선수 혼자 개최지에 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와서 즐기고 간다.

아이언맨 대회는 전문선수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구간 구간을 나눠 달릴 수 있는 릴레이 방식으로도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생활체육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이 대회와 연계해 일 년 내내 활발하게 운영되는 각종 건강관련 산업을 육성할 수도 있겠다. 건강 식음료, 트레이닝 시설·시스템, 각종 기념품, 스포츠 관광 콘텐츠 등등. 이를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부산만(경기장소인 해운대만)의 특화된 서비스라 할 수 있겠다.

이번 대회를 부산에 유치할 수 있도록 주관한 업체는 부산의 문화콘텐츠 제작 보급에 전념하는 청년기업이다. 이 기업의 부산 사랑은 대단하다. 부산의 문화산업 성공을 위해 행정적 도움만 바랄뿐, 관청에 손 벌리고 시비에 의존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번 첫 대회에서 잘 되었던 점과 미숙했던 점을 정확히 파악해 더 나은 2회, 3회 대회를 만들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와이 대회를 능가하겠다는 의욕이 가득하다. 이렇게 부산을 사랑하고 도전정신이 충만한 젊은 기업과 시민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스포츠산업과 문화산업을 선도해 나갈 부산의 미래는 매우 희망적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스크린 속에서 지구를 구하는 아이언맨보다 더 멋진, 우리 부산과 대한민국을 이끌고 나갈 아이언맨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동서대 레포츠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