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 생활하다가 부산으로 발령받고 첫 출근하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초행길 운전이 녹록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었지만 현실은 상상을 초월했다. 익숙하지 않은 지리에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갑자기 차선이 없어지는가 하면 평소 접하지 않았던 가변차선도 있었다. 그보다 더 힘든 건 깜빡이도 켜지 않고 끼어드는 차들과 차선 변경을 하려 깜빡이를 켜면 앞차와의 차간 거리를 더 좁혀 절대로 양보하지 않으려 하는 차들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이야 부산시내 지리도 어느 정도 익혔고, 시내 운전 몇 년 차다 보니 깜빡이를 켜지는 않았지만 차선을 변경하려고 하는 차들은 대충 눈치로도 알 수 있을 만큼 부산 사람이 다 되었다. 이처럼 부산의 교통 문화에 익숙해져 그러려니 하고 반쯤 포기하고 살지만, 한 번씩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 삭혀야 할 때도 있다.
특히 월요일 아침 출근길은 운행되는 차량도 많을 뿐더러 급하게 차로를 변경하는 차들이 많다. 차 간 거리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필자의 운전 습관은 주위 운전자들에게는 끼어들기 안성맞춤일 것이다. 이렇게 여러 차가 줄줄이 끼어들면 가끔 뒤차들이 빵빵거릴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문득 교통질서를 지키는 필자가 "뭔가 잘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혹은 "나만 바보인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부산지역이 유난히 운전자의 교통질서 수준이 낮다고 느끼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2014년 통계청이 실시한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운전자 교통질서 준수 수준에 대한 질문에 부산 시민의 25.9%가 '잘 지킨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국 평균 31.1%보다 5.2% 포인트 낮은 수치로 16개 시도 광역시 중 15위다. '꼴찌를 면한 게 어디냐'고 위안할지도 모르겠지만 최하위보다 고작 0.2%포인트 높다. 2012년 실시한 같은 조사(23.1%)와 비교하면 2년 새 수치가 상승했지만 전체 순위는 오히려 1계단(2012년 14위) 하락했다. 또 2014년 같은 조사에서 다른 사람의 준법 수준에 대한 문항에서는 33.0%가 잘 지키는 편으로, 자신의 준법수준은 65.1%가 잘 지키는 편으로 응답했다. 이 역시 전국 평균(각각 34.7%, 67.0%)에 미치지 못했다.
거기에다 최근에 도로교통안전공단에서 발표한 2015년 교통문화지수 중 운전행태 부문에서 부산시가 전국 꼴찌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처럼 교통질서 준수 수준에 대한 다양한 조사에서 최하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교통 문화 개선을 위해 부산시는 '교통문화 실천 10대 과제'를 지정해 연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부산경찰청에서도 신호위반, 끼어들기 위반, 방향 지시 등 위반 행위를 중점 단속 과제로 정해 연중 단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련의 노력이 부산시민의 교통질서 수준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곳곳에 게시되어 교통 무질서 행태를 꼬집는 현수막('전국 꼴찌, 부끄럽지 않습니까?')과 매월 넷째 주 수요일 교차로에서 실시하는 교통 문화 개선 캠페인을 본 운전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잘못된 운전 습관을 한 번쯤 되돌아보고 개선하려 노력하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교통질서를 준수한다면 끼어드는 차들로 인한 스트레스도, 끼어들까 봐 조급해하는 운전행태도 사라지게 될 것이고 부산시내 교통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라 여겨진다.
현재 통계청에서는 국민의 사회적 관심사와 주관적 의식의 변화를 파악하고자 사회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삶의 질과 관련된 개인의 주관적 의식에 관한 조사로 매년 5개 부문을 나누어 2년 주기로 부문별 조사를 하고 있다. 올해는 보건 교육 안전 가족 환경 등에 대해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전국 2만5200여 가구(부산 1100여 가구)를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조사부문 중 안전부문에는 공공질서 준수 수준 및 준법 수준 등에 관한 항목도 포함되어 있다.
운전자 교통 문화 개선을 위한 부산시와 각 기관의 노력이 헛되지 않고 결실로 이어져 통계청의 사회조사 중 '운전자 교통질서 준수 수준' 항목과 올 연말 평가할 도로교통안전공단의 '교통문화지수' 등에서 더 이상 꼴찌가 아닌, 최상위 점수를 받는 부산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동남지방통계청 사회조사 과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