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한국은 이번에 종합 10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방 후 1948년 런던올림픽 출전 이후 1984년 로스엔젤레스(LA)올림픽 전까지 우리나라 성적은 19~37위 정도였다. 그러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꿈나무 육성과 동구권 국가들의 불참 덕분에 LA올림픽에서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이어 홈그라운드인 서울올림픽에서 4위를 차지하며 최고 기록을 세웠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4회 연속 톱10에 진입하자 온 나라에 경사가 난 듯했다.
물론 필자도 밤낮 가리지 않고 TV를 시청하며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한다. 우리 선수가 승리하면 마치 내가 이긴 것처럼 기뻐하고, 패하면 내가 진듯이 맥이 빠지고 분한 마음이 든다.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받아 시상대 맨 위에 오르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가슴이 울컥해진다. 이러한 감정은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의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은 좋지만 올림픽에서 몇 위를 하고, 톱10에 몇 번 들었는가 하는 것이 더는 우리의 목표나 자랑거리가 아니었으면 한다. 이념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냉전시대에는 자국의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스포츠 또는 올림픽을 이용하긴 했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고, 올림픽에서 몇 위를 하는가가 그 나라의 선진화나 경제력 등을 온전히 대변해 주지는 않는다. 그렇게 착각하는 국가는 결국 국가 주도로 자국의 선수들을 '약쟁이'로 만들어 버렸고, 그 선수들의 인생을 짓밟아 버리는 사태를 전 세계가 경악하며 바라보았다.

우리는 어떠했나. 평소 핸드볼 하키 역도 펜싱 등의 종목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올림픽이 열리면 뜨겁게 응원을 하고 올림픽 이후 다시 싸늘히 식어버리기를 반복해왔다. 태권도는 그저 종주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양궁은 지금까지 늘 잘해왔으니 당연히 금메달을 따야 한다고 생각하고 금메달을 놓치기라도 하면 선수와 감독 탓을 하곤 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종합 5위의 성적을 거뒀다. 그것이 과연 대한민국 스포츠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인정받는 스포츠 선진국임을 의미하는 것일까? 국내 일부 프로선수와 감독들은 적은 돈의 유혹에도 쉽게 흔들려 승부조작을 하고 아마추어 선수들도 약물을 복용한다. 또 정치권의 계파싸움보다 더 지저분하고 무섭게 파벌싸움을 벌이면서 어린 선수들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렇게 어둡고 부끄러운 현실 속에서 올림픽의 상위 순위만으로 자랑스러울 수 있을까.

지금부터는 선수들의 금메달에 연연하지 말고 은메달을 따든, 동메달을 따든 또는 예선탈락을 하든지 정말 수고했다고 그들을 토닥여 주었으면 한다. 올림픽을 준비하느라 또래 젊은이들이 즐기고 누리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피땀 흘려 노력했을 선수들을 마음껏 응원해 주자. 그리고 우리 선수들은 은메달을 따고 슬퍼하지 않기를 바란다. 세계 73억 인구 중 그 종목의 2인자다. 커다란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금메달 숫자로 순위를 매기지만, 다른 일부 국가는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전체 메달 수로 순위를 계산한다. 금·은·동메달은 그날의 컨디션과 운이 많이 작용하므로 메달 색깔의 차이가 선수 노력의 차이, 영광의 차이라고 인식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올림픽 동안 큰 즐거움을 준 선수들에게 국민 모두 고마움을 느끼고 있으니 우리 선수들은 즐겁게 경기하고, 아무쪼록 부상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동서대 레포츠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