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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 부산의 준비와 선택

인문적 발상과 IT 기술 융합한 '소프트 파워'가 혁명의 핵심

부산도 단순 기술발전 넘어 차별화된 釜山性 육성 계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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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2-22 18:47:0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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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미래학자가 소프트웨어(SW)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 전 인류의 삶의 패턴을 바꿀 것이라 예견하며, 가상세계와 실물세계의 연결이라는 새로운 사회 변화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사용국이자 초고속 인터넷 네트워크가 가장 뛰어난 국가이면서도 실제 SW 중심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나 이해는 매우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이 단순히 IT기술 중심의 발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사회와 산업 분야 간을 가로막고 있는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는 대전제 속에서 움직이는 혁신의 융합 개념이기 때문이다.
   
지난 월요일 아침, 지역신문을 폈다. 3000세대가 넘는 주택재개발사업과 또 다른 3000세대 이상의 재건축사업 성사 소식, 바다를 매립한 땅에 원계획이 아닌 초고층 아파트를 짓겠다는 예고, 제2 해안순환도로 건설과 해운대 녹지대 뉴스테이 사업 추진 등. 온통 개발 일색의 변함없는 소식이 대부분이다. 끝이 없어 보인다. 물론 변화 없는 도시는 죽은 도시이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도시 개발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지만, 문제는 이것이 십수 년 동안 계속되는 도시변화의 주류이고 또 대부분이라는 데에 있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이란 이름으로 거침없이 달려가는데 우리 삶은 원래 방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래부터 해오던 개발 중심의 도시변화 방식들이 IT기술과 결합되며 그 변화 속도가 빨라졌을 뿐인데, 우리는 마치 매우 역동적인 세상 속에 사는 듯한 착각을 할 때가 많다. 또한 스마트폰을 통해 접하는 수많은 정보도 우리 삶이 전보다 다양해지고 유연해졌다는 오해를 일으키게 하곤 한다.
국가와 지역의 경제가 엉망이다. 조선업은 물론 물류업마저도 휘청거린다. 중장기적인 준비와 투자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결코 시대 변화를 이겨낼 수 없다. 집 짓고 다리 놓는 일도 필요하지만, 우리의 미래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근본의 것'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요즘이다. 여기서 말하는 근본의 것이란 무엇일까. 우린 어떻게 그것을 가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발전이 십여 년 전부터 정체되어 있다. 가장 큰 이유로 천편일률적인 교육 체제가 꼽힌다. 근자 들어 대다수 국민은 창조적인 사고와 도전이 결여된 교육 방식의 탈피가 국가의 대계임을 깨닫고 있다. 그럼에도 국가는 근본의 변화보다는 결과와 성과만을 중시한다. 급하게 국가의 새로운 미래를 선택해야 하는 이 순간에도 직업의 양만을 강조하는 초단기적인 대응만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가 야속하기만 하다.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는 키워드에 '트랜스 휴머니즘'(trans-humanism)이란 용어가 있다. 인간 중심의 인문적 발상과 IT기술의 융합을 전제로 지능화된 하드웨어를 통해 인간의 한계 극복을 위한 사고와 배려를 뜻하는 개념이다. 다르게는 차가운 하드웨어를 살아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하드웨어로 작동케 하는 힘, 즉 '소프트 파워'라 부르기도 한다. 부산을 떠올려 본다. 부산은 삶의 에너지가 충만하며 고유한 자랑거리(자산)가 많은 도시다. 또한 기질이 따뜻하면서도 거친 역사와 다양한 자연을 지켜 온 매력적인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다. 하지만 부산은 태풍 원전 지진 등 재난에 노출이 많은 도시이고, 대한민국 제2의 350만 대도시임에도 대기업이 없는 도시다. 이처럼 부산은 장단점이 극명한 도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실! 이러한 부산의 모든 특성이 4차 산업혁명과 직간접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부산의 4차 산업혁명은 부산이 가진 기회 요인의 부각과 함께 장애 조건들을 강점으로 전환하기 위한 창의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4차 산업혁명이 단순히 IT산업 발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부산성(釜山性)을 육성하는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본다. 흔히들 부산의 미래 산업으로 '관광'을 꼽는다. 옳다. 부산만큼 다양한 관광자산을 가진 도시는 전 세계에 흔치 않다. 305㎞에 이르는 천혜의 해안선과 뛰어난 삼포의 자연, 대한민국 근대사의 근간을 이루는 개항사와 근대역사, 1023일의 피란수도 흔적들과 먹거리들, 국가재건과정 속의 산업역사 등 무궁무진하다. 역발상을 더한다면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대형 물류시설들과 집단의 초고층 아파트 풍경, 심지어 고리원전 1호기의 폐로 과정조차도 부산의 귀중한 미래 자산이다. 다시 말해 부산은 도시 전체가 살아 있는 '리빙 뮤지엄'(Living Museum)인 것이다. 여기서의 리빙 뮤지엄은 단순히 과거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부산의 공간과 삶 그 자체가 뮤지엄의 콘텐츠가 되는, 다시 말해 부산 곳곳에 분산·파편화되어 있는 미래 관광의 에너지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개념이다. 핵심은 리빙 뮤지엄의 바탕에 과거 기억과 미래 상상 속의 가상세계와 부산의 자산들과 관광서비스 현장의 실물세계를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의 철학과 기술을 제대로 깔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의 예를 들었지만, 4차 산업혁명의 기조는 부산의 사회문화, 도시재생, 산업경제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유념해야 할 것은 '4차 산업혁명 = IT산업 발달이라는 오해'와 4차 산업혁명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과 같은 IT기술을 넘어 '사람을 보다 더 중시하는 시대 철학'이며 '기계 자동화 위주의 3차 산업혁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 대안'이라는 점이다. 구글의 전 CEO인 에릭 슈미트는 "원하는 소프트 파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우리가 속한 구성 집단이 창의적인 자유가 주어지는 혁신적인 조직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결국 소프트 파워는 IT기술이 아닌 사람과 그들 간의 관계 혁신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며, 고착된 기존 생각과 관습을 철저히 깨지 않는다면 결코 가질 수 없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그리 녹록지 않는 일임에도 '소프트 파워에 기반을 둔 생산성 증대'는 수평성과 개방성을 중시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부산이 선택해야 하는 유일의 길이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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