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는 경제가 어렵다고만 하는데, 그런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은 더 힘듭니다. 제발 '좋은 뉴스' 많이 보고 싶어요."

최근 만난 부산의 중소기업 대표인 김 사장은 기자에게 신문 지면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자주 접하고 싶다는 당부를 전했다. 그 순간 막막했다.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희망찬 뉴스가 많을 것이라는 대답을 쉽게 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올해 대한민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 내부적으로는 이어지는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했고, 밖으로는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 결과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부산은 주력 산업인 조선·해양, 자동차 부품 등이 고전을 면치 못해 전반적으로 침체됐다. 오죽했으면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곳 중 8곳은 올해 경기가 IMF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답했을까. 국내 유수의 경제 관련 기관들이 내놓은 내년 국내 경제 전망도 암울하다. 각 기관이 발표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1~2.5% 수준이다. 올해 추정 성장률이 2.6~2.7%인 것을 고려하면 내년은 올해보다 상황이 더 나빠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김 사장의 바람이 실현되기가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우선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부산지역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오다 지난달 증가세로 돌아섰다. 북미, 아시아 등 기존 수출 주력 국가 외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의 수출이 대폭 증가한 것이 고무적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으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 등의 요인으로 수출에서 의미 있는 반전을 이뤄낸다면 지역 경제가 기대 이상의 성장을 보일 수도 있다.

지역 경제의 토양을 튼튼히 해줄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퉈 부산에 둥지를 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부산시는 올해 현대글로벌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등 굵직굵직한 대기업부터 강소기업까지 총 37개 기업을 유치했다. 최근 10년 새 가장 좋은 실적이다. 시는 내년 초에도 수도권 등 역외기업 4곳과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으로 기업들의 '부산행'이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창업 생태계 조성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산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좋지 않은 건 분명하다. 또 지나친 낙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미리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절망의 끝에는 항상 희망이 있다. 정유년 새해에는 밝고 활기찬 경제 뉴스들로 가득 찬 신문을 김 사장과 함께 읽고 싶다.

경제부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