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의 모 대학에 재학 중인 한 여자 프로골프 선수가 자신의 지난해 대회 참가 기록과 훈련 기록을 모두 정리하는 것을 봤다. 그와 얘기를 나누다 교육부가 전국 100여 개 대학에 재학하는 체육 특기생 전원(7600여 명)을 대상으로 성적·출석에 관해 조사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체육 특기생들의 지난해 1·2학기 중간·기말고사 답안지와 수업 과제, 출결 현황 등을 확인하고, 성적을 제대로 매겼는지 감사하는 현장 조사를 벌이는 것이다. 이처럼 교육부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와 조카 장시호 씨가 몰고 온 대학의 체육 특기생 부실 학사 관리 의혹에 대해 감사를 본격화하자 관행에 따라 체육 특기생들에게 성적을 주어온 대학에는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엘리트 스포츠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눈부신 성과를 올렸으나 한편으로 많은 부작용도 생겼다. 성적지상주의는 선수들을 '운동'으로만 내몰았고, 학교와 지도자 사이에는 각종 청탁과 비리가 이어졌다. 운동 경기 성적만 좋으면 대학에 가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학창시절 대부분을 운동에만 치중하던 선수가 중도에 선수생활을 포기하거나 은퇴한 뒤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과정이 수십 년간 누적된 우리나라 체육의 문제는 아직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당장 규칙에만 치중하여 학사관리를 한다면 학생 선수들은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체육특기자를 뽑을 때 내신이나 학생부를 반영하는 대학은 전체의 절반 안팎에 머물렀다. 반면 일본 미국에서는 학교 성적이 무조건 반영된다. 대회 성적만 중시하고 일반 수업이 간과되면서 발생한 게 정유라 사태다. 2016년 국내 대학 스포츠대회 중 72.4%인 118개 대회가 학기 중에 열렸고 시험 기간에 열린 대회도 20.3%나 됐다. '스포츠연맹 따로, 학교 따로'라는 식으로는 안 된다. 학습과 운동을 함께해야 한다는 의식의 전환, 초중고와 대학에 이르는 엄격한 학사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정부 관련 부처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제까지 학업과는 담을 쌓고 거의 모든 시간을 운동에만 투자해왔던 체육 특기자들에게 이제 와서 대학 교과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다. 기본적인 학업 이수 능력이 부족한 선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경기 일정상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다행히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체육 특기자 제도를 강화하기로 하였다.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대회 참가 승인 절차도 까다로워지고 학교장이 학생 선수의 출전 횟수와 최저학력 도달 여부를 판단해 대회 참가 여부를 승인하게 된다. 또한, 전국대회 출전 횟수는 종목별로 연간 2~4회로 제한을 두었으며, 대회 훈련이나 출전으로 인해 학생 선수가 최저학력에 미달하면 대회에 출전할 수 없도록 했다.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 선수는 적어도 교과별 12시간 이상의 기초학력프로그램을 이수해야 대회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아직 부산시교육청은 별다른 조처가 없는 상태이다. 빠른 판단과 지침이 있어야 선수들이 준비할 수 있다. 여태까지 펜을 들지 않았던 선수들이 갑작스레 공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들 스스로 공부의 중요성을 깨닫고, 적절한 정책으로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선진국과 같은 건강한 스포츠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선수들도 쉽게 체육 특기만으로 대학 학위를 받으려 하지 말고 정말 학위가 필요하다면 공부와 체육 모두를 위해 다른 학생들보다 갑절로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산외대 교수·BNK 프로골프단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