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특혜 의혹에 연루된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이 구속됐다. 이 사건으로 구속된 첫 현역 의원이다. 배 의원은 그동안 한결같이 '엘시티 사업을 주도한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부정한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에 따라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배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배 의원은 현역 의원 신분으로 이 회장 등으로부터 7000만 원 이상의 부정한 자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엘시티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명목이다. 또 엘시티 사업 인허가와 특혜성 행정조치가 이뤄진 시기에 배 의원이 해운대구청장이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2004년 6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해운대구청장 3선 경력에다 2014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20대 총선에서 잇따라 당선된 배 의원에게 해운대 지역은 정치적 바탕이다.

그동안 검찰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정기룡 전 부산시장 경제특보, 서병수 시장과 허남식 전 시장의 측근 등을 구속하며 엘시티 비리·특혜의 실체 파악에 주력했다. '자물쇠'로 통하는 이 회장의 '입'을 다소 열었다지만 배 의원 구속으로 그 퍼즐을 다 맞췄다고 여기기엔 미흡하다. 이중 삼중의 행정규제를 풀어 금싸라기 땅에 400m가 넘는 초고층 건물을 짓고, 자금난에 시달리던 사업에 1조7800억 원 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이뤄진 배경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과 관련한 이장호 전 BS금융지주 회장, 측근이 나란히 구속된 전·현 부산시장에 대해 검찰이 내릴 판단을 주목하는 이유다. 특히 국정 농단 사태로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 등장하는 '엘시티 민원 메모'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다음 달 중으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검찰 스스로나 지역 사회가 느끼는 피로도를 무시할 수 없지만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원칙론은 그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