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 대통령 후보의 집터가 어떠하네, 조상 묏자리가 어떴네 하는 얘기가 많이 나돈다. 풍수지리 전문가에게 의뢰해 명당을 찾아 이장하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모 대통령 후보는 묏자리를 보수하여 인위적인 명당을 만들기도 했다 한다.

풍수지리학자들에 의하면 명당에 묻히는 사람은 1%, 극소수라고 한다. 그런데 그 명당이란 뛰어난 혜안을 가진 풍수지리학자가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묻힐 만한 자격을 지닌 사람만이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생전에 선덕을 많이 쌓았다면 그 사람이 묻히는 자리는 절로 명당이라는 것이다.

언젠가 유명한 풍수지리학자가 본인의 묘터를 미리 명당으로 잡아놓았는데 그것이 공교롭게도 국립공원 안에 있는 자리였다. 국립공원에 묏자리를 쓰는 것은 불법이지만 이미 묏자리를 써놓고 나면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그는 아마 자손에게 새벽에 몰래 매장하라고 지시했을 것이다. 그 자손이 새벽에 시신 매장을 위해 들어가다 발각되어 결국 본인이 잡아놓은 명당에 묻히지 못하게 되는 웃지 못할 사건이 있었다. 선업을 쌓지 않았으면서도 후대 발복을 위해 명당을 찾아 매장하려 드는 사람에게는 하늘은 절대로 터를 내놓지 않는다니 명당은 함부로 탐할 일이 아니다.

명당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도 혹은 최순실도 조상묘가 명당에 있어서, 혹은 집터가 좋아서 당선되고 잘살게 되었다 치자. 그렇다면 지금 보니 어떠한가? 제아무리 명당 기운 덕을 보았다 하더라도 본인 마음과 행동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명당이 하루아침에 흉당이 될 수도 있다.

아기들은, 혹은 동물들은 스스로 불편한 자리를 피해 편안한 곳을 찾아 잠을 청한다고 한다. 흉당을 피하고 명당을 찾는 방법은 아기들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지려 노력하거나 혹은 꾸준히 선업을 많이 쌓을 일이다. 마음경영을 잘한 다음에 생활지혜로 풍수지리를 활용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주변 환경에 담긴 에너지는 분명히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삶이 힘들 때 살고 있는 집이나 사무공간의 에너지가 좋지 않다면 삶은 한결 힘들어진다.

잘나가는 어느 기업의 CEO가 새 사옥을 지어 이사했다며 초대를 했다. 그런데 CEO의 방에 들어서자 필자는 뭔지 불안했다. 온 사방이 환히 보이는 유리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늑함보다는 오히려 서늘함이 느껴졌다. 큼지막한 책상과 소파, 긴 회의 테이블도 매우 고급스러워 보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검은색인 것이 어두웠다. 고층이라선지 아래로 펼쳐진 전망이 아름답다기보다는 좀 아찔한 느낌도 들었다. 비서실로 통하는 문 쪽 벽은 창백한 회색이었고 벽에 걸린 그림도 푸른 색조의 사진이 담긴 커다란 아크릴 액자였다. 멋진 방이라고 들떠 자랑하는 CEO의 기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없어 조용히 돌아왔지만 그 방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몇 달 후 그 CEO를 만났는데 찰색이 어두워져 있었다.

"사옥을 옮긴 뒤 오히려 자꾸만 문제가 생깁니다. 아무래도 사옥을 잘못 옮긴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 방도 뭔지 정이 안 가고 몸도 찌뿌둥하고…." 그제야 필자는 CEO의 방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대해 얘기했다. 사람의 인상이건 그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이건 온화한 기운이 돌아야 좋은 에너지가 담겨있다고 본다. 그 방은 CEO 혼자 사용하기에 지나치게 컸다. 공간 크기가 너무 크면 확실히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그 CEO는 체구도 작은 사람이었는데, 그가 사용하는 책상이나 가구가 지나치게 컸다. 집도 식구 수에 비해 너무 큰 집은 좋은 에너지가 담기지 않는다.

"CEO는 그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입니다. 그 사람의 기운이 흔들리면 회사의 위상도 흔들리게 됩니다. 지금 방은 사장님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유리벽 아래쪽으로 1m 정도 높이의 나무 벽을 두르도록 했다. 문 쪽 벽 색깔도 아이보리로 바꾸고 그 벽에 화려하고 따뜻한 색상의 큰 그림을 배치하게 했다. 책상 뒤쪽의 유리벽은 밝고 온화한 색의 블라인드로 늘 가려두도록 했고, 가구는 온화한 나무색조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빈 공간이 너무 크므로 가구나 소품 등을 좀 더 들여놓도록 했다. 기왕 지은 사옥을 떠날 수는 없으니 그 안에서 에너지를 바꾸는 방법을 찾아내도록 한 것이다.

인테리어 공사를 다시 한 후 전화가 걸려왔다. 그의 목소리에서 지난번 만났을 때보다 한결 활력이 느껴졌다. " 방이 한결 편안해졌어요. 여기서 일하니 기운이 펄펄 나는데요!"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