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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최순실 사건'의 경제적 손실 /정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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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2-22 19:41:1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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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여파가 나라에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대통령 탄핵사태를 초래했고, 사회적으로는 국론분열의 혼란을 가져왔다. 무엇보다 경제 전반에 끼친 악영향이 적지 않다. 가뜩이나 불황의 늪에서 팍팍한 생활고를 겪어야 하는 많은 국민의 삶을 더욱 고달프게 만들고 있다. 이 사건이 경제에 어느 정도의 손실을 주었는지 계량적으로 산출하기 어렵지만, 유·무형의 경제적 손실을 추산해 볼 수는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이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수백만 명의 국민이 주말마다 '촛불'과 '태극기'를 들고 광장으로 나왔다. 정파와 이념이 어느 쪽이든 이 사건이 없었더라면 열심히 생업에 종사했을 사람들이다. 석 달 동안 계속된 집회에 연인원 1000만이 넘는 사람이 평균 3시간 정도 참가했다고 한다. 이를 올해 우리나라의 시간당 최저임금 6470원으로 곱해 보면 대략 2000억 원의 기회 수익이 사라졌다. '촛불'과 '태극기' 장사는 돈을 벌었을지 모르겠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수천억 원의 손해가 발생한 셈이다.

이 사건이 터진 이후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공황상태에 빠지면서 국정 공백이 생기고 예산집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국민이 입은 피해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일부 부처의 장관까지 이 사건에 연루되면서 유고 상태이니 예산집행의 결재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다. 국회도 조기 대선을 예상하면서 민생은 아예 관심권 밖에 있다. 그런 사이에 서민들의 생필품 물가는 치솟고, 부동산과 금융시장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가경영시스템의 공동현상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애꿎은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판이다.

재계는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무려 18개 재벌에 속해 있는 50여 개 계열사가 최순실 등이 주도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700억 원대 기부금을 강제로 뜯겼다. 심지어 일부 재벌은 기부금뿐만 아니라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회삿돈을 건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재계 관계자들은 회사경영은 뒷전으로 제쳐놓고 수사를 받느라 수시로 수사기관을 드나들고 있다. 돈을 받은 쪽은 '선의'라 하고, 준 쪽은 '강요'라 하고, 수사기관은 '뇌물이라며 평행선을 달린다. 문제는 돈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해당 기업의 주주들과 경제 전체에 직접적인 피해를 줬다고 할 수 있다.

재계가 입은 피해는 무형적인 부분이 더 크다. 총수들이 검찰과 특검, 국회 청문회에 줄줄이 출두하면서 '범죄자'로 비친 것은 유형적 손실을 훨씬 능가한다.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글로벌 기업의 총수들이 전 세계 언론에 생중계되었으니 계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총수의 방패막이에 수많은 임원이 동원되어야 했고, 여기에 총수들의 변호를 위해 고용된 변호사에게 지불된 수임료는 얼마나 많았나. 그야말로 회사의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할 기업의 에너지가 엉뚱한 데 증발해버린 것이다.

문화계와 스포츠계도 마찬가지다. 국민 혈세를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군과 아군으로 나누어 선별적 특혜성 지원을 한 것만 추려도 수백억 원에 이른다. 국가의 문화 창달을 위해 쓰여야 할 피 같은 예산이 소수의 이익과 편 가르기에 물 쓰듯 허비된 셈이다. 록그룹 '비틀스'는 몇 개의 히트곡으로 영국을 문화강국으로 만들었고, 우리 경제에 수조 원의 부수효과를 가져온 '한류열풍'도 몇 편의 드라마와 노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세계 문화계를 강타하던 '한류열풍'의 갑작스러운 침몰이 이념적 잣대로 창조적 정신을 마비시켰기 때문은 아닌지 두렵다. 스포츠 분야도 열기가 시들해졌다. 당장 일 년도 채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은 수천억 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지만 성공적 흥행을 거둘지도 미지수다.
이보다 더 큰 손실은 국가브랜드 가치의 하락이다. 급속한 경제발전과 높은 교육열로 쌓아 올린 한국의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격이 낮아졌다.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것은 세계시장에서 활동하는 국내 기업들의 경제적 이득과 직결된다. 국가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기업이 만든 제품에 대한 신뢰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자긍심'을 자부해왔던 재외 국민에게 입힌 상처는 또 얼마나 컸나. 갈수록 벌어지는 양극화에 대한 국민의 자괴감은 경제적 동력을 식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민경제의 3요소인 정부, 기업, 국민의 열정이 없다면 국가 경제는 어둡다.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가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다시 한번 위기극복을 위한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할 시점이다.

재벌닷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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