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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인생에 주어진 의무 /조갑룡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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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3-01 19:01:3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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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꿈이 없어요. 공부와는 담을 쌓았고, 학교 사물놀이 동아리인가 뭔가 하는 데서 장구나 치지 그밖엔 별로 하고 싶어 하는 게 없어요."

꿈이 없는 사람은 없다. 우리의 꿈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시와 아름다움, 낭만과 사랑. 이것들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목적인 거야." 가슴 뛰는 일이 삶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는 것이 재미고, 그 재미로 인해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서 공부한다. 그러니 공부가 재미없다. '잘 노는 만큼 성공한다'에서 '잘 노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미치도록 빠지는 것이다. 창의성 연구의 대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그걸 '몰입'이라 한다.

이런 명구도 있다. "자유는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행복은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다."

꿈이 없다는 말은 '무엇을 하면 재미있는가를 모른다'는 것이다. 공부는 좀 못해도 장구를 즐겨 친다는 것은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이다. 20여 년 전 미국에서 연수받을 때 들은 지도교수의 말씀이 지금도 또렷하다. "한국에서는 공부 못하는 아이를 문제아로 취급하는데, 문제아는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는' 아이입니다."

"저는 조리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자존심 때문에 얘기조차 못 꺼내보고 인문계에 갔습니다. 그때부터 방황이 시작됐습니다. 학교도 다니기 싫었고 공부도 손에 안 잡혔습니다. 부끄러운 짓, 나쁜 짓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목표 없이 살아가던 저는 2학년 때 사설 요리학원에 다니면서부터 요리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호텔 주방장이 돼야겠다는 목표가 생기자 학교도 더 잘 다니고 싶어졌고,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학교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던 아이가 전문대학 조리과에 응시하면서 제출한 자기소개서의 일부이다. 성적으로 세우면 한 줄이 되지만 적성으로 세우면 여러 줄이 된다. 성공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적성순이다.

리처드 볼스는 '당신의 파라슈트는 어떤 색깔입니까?'에서 "내가 이 세상에 온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현재의 삶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나는 이상적인 직업보다 더 귀한 것을 발견했다. 인생의 임무를 찾았으며, 이 세상에 왜 살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내 안의 재능과 소질, 그것들을 재미있게 갈고 닦아 스스로 놀라워하며 무릎을 탁 칠 수 있는, 자기만의 멋진 이야기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인생의 임무라는 것이다.

작년 여름, 아들 생일에 '축의 시대' '예술수업'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똑똑한 식스팩' '연을 좇는 아이' 등 책 열다섯 권을 보내면서 다음 생일 때까지 다 읽으라는 숙제를 냈다. '나는 무엇인가'에 대해 절실하게 묻고, 답을 찾아보고, 새로운 관점과 세계관을 만들어 보라는 취지에서였다. 자기로 돌아가서 자기 꿈의 실현자가 되라는 생각에서였다. '자기로 돌아간다'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잘할 가능성이 높고, 잘하면 성공할 수도 있어서이다. 설사 성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동안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친척 어른들은 꼭 '공부 잘하라'는 말씀과 함께 용돈을 주셨다. 명절에 동네 어른들께 세배하러 가도 '공부 잘하라'는 덕담이셨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 덕담은 곧 '공부 잘하면 돈 잘 벌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미래 사회는 공부 잘해서 성공할 확률이 많이 줄어든다. 미래 사회를 이끌 진정한 힘은 수능에서 만점을 받는 게 아니다. 세상을 다르게 보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미치는 사람들이 세상의 판을 뒤집고 이끌어나간다.

이젠 덕담도 달라져야 한다. '너는 사흘 밤낮을 새우면서까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니?' '너는 뭘 할 때 가장 재미있더냐?'처럼 자기실현을 이끌어 내는 질문이어야 한다.

자기실현은 자신의 재능과 강점을 가시화하는 것이다. 우리 안엔 각자 다른 꽃의 씨앗이 있다. 자기 안의 꽃이 피어나게 하는 것이 자기실현이다. 나한테 없는 꽃을 피우려고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자. 그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이렇게 노래한다.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

부산시영재교육 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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