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승훈이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4관왕에 오르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한국 나이로 서른. 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승승장구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비결에 대해 이승훈은 인터뷰에서 결국 '노력'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의 쾌거는 노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많은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끈기와 열정이 그 속에 있었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입문했다가 쇼트트랙으로, 다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돌아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동계올림픽에서 장거리 메달을 거머쥐었다. 혹자는 그를 보고 타고난 천재라고 쉽게 말하기도 하지만 종목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이다.

1988년생인 이승훈은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 줄에 접어들었다. 7년 전 밴쿠버동계올림픽 때와는 몸 상태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승훈은 더욱 이를 악물고 훈련했다. 이승훈은 지난 2월 10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오른발 정강이 부상을 입어 여덟 바늘을 꿰맸다. 그는 "다친 뒤 3일 동안은 시즌을 접었다고 생각했다. 통증도 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승훈은 자신보다는 같이 팀추월 종목을 훈련했던 후배들을 먼저 생각해 출전을 강행하기로 했다. 몸 상태는 완전하지 않았지만, 빙판 위에서만큼은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이승훈은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전명규 교수님이 전담하다시피 가르쳐 주시는데, 그분은 선수 나이를 따지지 않고 훈련을 시킨다. 강훈련 덕분에 그 기량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말하며 "강한 훈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강한 체력도 갖출 수 없다. 그냥 평범한 선수가 될 뿐이다"며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많은 선수가 다른 생각을 하는데 그것을 참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훈련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이건 선수 본인이 가장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체육학에 '특이성의 원리'라는 것이 있다. 효과적으로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하려면 특정 스포츠 종목의 운동 수행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근육과 에너지 시스템을 발달시키는 데 훈련의 목표를 집중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특이성이 강조된 트레이닝은 근육의 발달을 편협하게 하거나 한쪽으로만 전문화된 근 기능의 발달을 초래할 수 있다. 그 때문에 특이성의 원리는 아주 중요한 원리이지만 장기간에 걸쳐서 반영되어야 하며, 세 가지의 주요 단계를 거쳐서 적용되어야 한다. 첫째는 전면적 또는 다면적 트레이닝 단계로 선수들의 모든 근육군, 인대, 건을 발달시켜 미래의 강하고 빠른 부하운동을 소화하고 스포츠 종목 특이적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기초를 튼튼히 쌓는 데 집중해야 한다. 3~4년간 진행되는 이러한 접근은 선수의 운동 상해를 예방한다는 측면에서도 좋다.

두 번째 단계는 전문화의 원리에 바탕해 스포츠 종목에 따른 특이적 트레이닝을 시작하는 단계이다. 기간은 보통 2~3년이다. 세 번째 단계는 고도의 경기력 단계로써 이 단계의 트레이닝 대상은 국제적 수준의 선수와 경쟁을 하는 국가대표 수준의 경기력을 보유한 선수들이다. 이러한 선수들일지라도 종목 특이적 트레이닝은 시합 시기에 집중된다.

아마 이승훈 선수는 유년기 시절부터 현재까지 각 단계의 트레이닝에 최선을 다해왔을 것이다. 또한,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종목 특이적 트레이닝에도 최선을 다한 결과가 쇼트트랙의 전략이 필요한 매스스타트 종목의 성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훈련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와 '어떻게'를 모두 깨우친 선수라는 의미다. 이승훈 선수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우쳐 주었다. 내년 평창에서도 그의 선전을 기원한다.

부산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