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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금정산성 4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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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기 집현전 학자 양성지는 한 상소문에서 "우리나라는 성곽의 나라"라며 산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일찍이 중국에서 '고구려 사람들은 성을 잘 쌓고 방어를 잘 하므로 쳐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면서 전국의 성곽을 총망라해 국방의 요새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산지를 잘 활용하자는 요지겠다.

   
굳이 양성지의 상소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산성 축조의 역사는 오래됐다. 많은 외침을 겪은 탓에 자연적으로 산성의 중요성을 터득했을 터. 그 결과 현재 남한에 남아 있는 산성은 20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평상시에는 무기와 식량을 저장하고 전쟁 때는 피란처이자 결사항전의 요새로 다양한 형태의 산성이 생겨난 것이다.

이 수많은 산성 중 총 18㎞ 가량으로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부산 금정산성의 역사도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상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본격적인 산성의 모습을 갖춘 것은 1703년 조선 숙종 때부터였다. 임진왜란 이후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려는 목적이었다. 지금의 동·서·남·북 4대문이 완성된 것도 그 무렵이다.

축조 목적이야 어떻든 산성의 얼굴은 성문이다. 국내 도성이 그렇듯 산성의 성문 또한 대개 방위별로 4곳이 일반적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로 만들거나 더 적게 만들기도 했다. 금정산성 역시 일반적인 4대문을 따랐지만 저마다 특색이 있다. 동래읍성에서 가장 가까운 동문과 계곡에 세워진 서문은 아름다운 아치형 문이다. 반면 남문과 북문은 보다 단순하고 투박한 형태다.
300여 년간 별 특색 없는 동·서·남·북 문으로 불리던 금정산성 4대문이 새 이름을 얻었다는 소식이다. 금정구청이 3개씩 12개의 이름 후보를 제안해 시민 선호도 조사를 거친 결과다. 동문은 관해문(關海門), 서문은 해월문(海月門), 남문은 명해문(鳴海門), 북문은 세심문(洗心門)이다. 나름대로 각각의 위치와 특색을 새 이름에 담았다고 한다.

비록 다른 유명 산성과는 달리 대규모 전투는 벌어지진 않았지만 금정산성만이 가진 역사적 가치와 의미가 없지 않을 터. 4대문에 새롭게 붙은 이름 또한 이런 많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각 성문에 새 이름 편액만 붙여서 끝낼 일이 아니다. 이름에 걸맞은 스토리를 발굴하고 널리 알려야 진정한 이름값을 하리라 믿는다.

장재건 논설위원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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