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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지방분권으로 국가시스템 바꾸자 /이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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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4-05 18:42:3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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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국립대학이 없다. 하버드, 예일대학은 지방 소재 사립대학이고 UC 버클리는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주립대학이다. 굳이 국립을 꼽으라면 5개 사관학교가 있을 뿐이다. 건국 당시, 미국에서도 수도인 워싱턴DC에 커다란 국립대학을 하나 설립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빠른 시일 내 유럽의 명문 대학에 필적하기 위해 자원과 인재를 한곳에 집중시킨 연방정부 산하의 국립대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다수의 건국 지도자의 생각은 달랐다. 중앙 집중은 지방의 다양한 발전을 저해한다고 본 것이다. 그들은 발전의 원동력은 다양성에서 나온다고 믿고 교육 등을 지방에 분권화했다. 그 결과, 현재 전 세계 최고 명문 대학 대부분은 미국의 사립 또는 주립대학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힘은 분권화된 지방의 다양성에서 나온다.

우리나라는 국정 농단 사태에 따른 대통령 탄핵을 겪으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국가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방안으로 국회와 대통령과의 권력분산을 위한 헌법 개정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권력 분산은 의회와 대통령 간만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 사이에도 매우 중요하다. 국회, 대통령 모두 중앙 권력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방과의 적절한 권력 배분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는 압축성장 시대를 거치면서 오랜 기간 중앙집권 방식에 익숙해 왔다.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던 개발 시대에는 공공정책의 일을 국가인 중앙정부가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경제와 민주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이제는 중앙의 획일적 추진방식보다는 지역의 다양성을 살리는 분권 방식이 바람직해졌다.

국가는 도시와 농촌, 다양한 직업, 다양한 소득계층이 모인 다원적 집합체이기 때문에 민주적인 의견수렴이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반면 지역 단위는 비교적 동질성을 갖고, 지방정부는 항시 주민과 가까이 일하기 때문에 주민의 이해를 조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분권은 지역의 특성, 다양화의 힘을 살릴 수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같은 혁신의 시대, 성장 동력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다양성은 획일화된 중앙집권 시스템으로는 힘들다.

일본은 '국가전략특구법'을 제정하여 2014년부터 선정된 특정 지역에 대해 파격적인 규제 완화로 중앙의 간섭을 줄여주었다. 예컨대 니가타 시에서는 법인기업이 농지를 소유·경영할 수 있게 되었고, 치바 시에서는 드론 택배가 가능해졌으며, 오사카 부에서는 에어앤비 같은 공유숙박이 합법화되었다. 우리 정치권도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제안해 놓고 있다. 이 법안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의 전략지역에 각각 2개의 성장동력 산업을 선정하여 재정·금융 등 모든 규제를 맞춤형으로 풀어준다는 것이다. 부산의 해양관광과 사물인터넷 도시기반서비스 사업, 전남의 드론과 신에너지사업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19대 국회에서 무산된 이 법안은 현재 20대 국회에서 논의 중이지만 의원 간의 입장 차이로 통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일본과 우리가 도입하려는 제도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의 특구는 자체재원을 활용하는 데 비해 우리는 중앙으로부터 재정지원을 지원받기 때문에 중앙 의존은 여전하다. 중앙정부가 권한뿐 아니라 돈줄을 잡고 있는 한 지방분권은 요원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 업무는 대부분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데 반해, 재원은 대부분 국가가 갖고 있다. 국가사무와 지방사무의 비율은 3:7로 대부분 일은 지방에서 이루어지는 데 반해,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2로 세원은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20% 자치'란 말이 나오고 있다. 자치는 국가재원의 상당 부분을 지방에 이관해 지방이 자율적으로 돈을 쓰도록 만드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제 지방분권으로 낡은 국가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자기 지역의 일은 지역주민이 결정하여 다양하게 운영하도록 과감히 중앙정부가 손을 떼는 결단이 필요하다. 왜 다른 선진국들이 헌법 조항으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강조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프랑스 헌법은 "프랑스는… 민주, 사회주의 공화국이다"고 천명한 제1조 마지막 문장을 "프랑스의 조직은 지방분권이다"고 천명하고 있다. 또 스위스 헌법 47조는 "연방은 주의 자치권을 존중한다"… "연방은 주에게 충분한 재원을 부여하고 고유사무를 추진하는 데 있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한다"고 하여 지방에 필요 재원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한국IR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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