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한 일본의 2017년판 외교청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우리 정부가 강력히 항의하며 외교청서의 즉각 철회를 촉구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외교백서에 해당하는 외교청서는 일본이 바라보는 국제 정세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 영토를 자기 땅이라 강변하며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독도 방문을 '용인할 수 없다'고 적시했으니 군국주의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일본의 민낯을 드러낸 셈이다.

일본 외무성이 마련해 어제 각의(국무회의)에 보고한 이 외교청서는 독도 문제뿐만 아니라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위안부 합의 등 한일 정부 간 갈등을 빚는 현안들에 대해 철저하게 자국의 이해를 관철하고 있다. 독도를 두고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했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고유의 영토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에 더해 소녀상 설치엔 '매우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이런 적반하장이 또 있을까 싶다. 특히 '책임을 갖고 이를 이행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책무'라며 위안부 합의 이행을 주장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반발 기류와 대선 후보들의 부정적인 입장을 고려해 차기 정부가 이 문제를 재론하는 것을 막아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처럼 일본의 외교청서에선 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성으로 한껏 고조된 위기감이나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정권 교체기라는 대한민국 상황에 대한 고려를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도발의 강도가 더 세졌다. 이는 양국 갈등을 심화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 독도·소녀상·위안부 문제가 배태된 원인은 일본의 군국주의에 있다. 이 같은 갈등 해결의 전제는 일본의 진솔한 반성과 사죄이지 역사 왜곡과 힘의 논리가 아니다. 외교청서의 지향점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을 포함한 군국주의적 행보 가속화라면 이는 아베 신조 내각의 오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