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어제 새벽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전격 배치했다. 이날 0시부터 4시간 여만에 사드 발사대, 사격통제레이더, 요격미사일 등 핵심장비를 기습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격렬하게 반대하는 주민과 경찰 간에 충돌이 일어나 부상자까지 생겼다. 최근 사드를 배치하더라도 대선 이후로 미루는 등 속도 조절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결국 눈속임 아니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우선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오랜 기간 논란이 있었지만 찬반 여부를 떠나 이토록 기습작전하듯 서두를 이유가 있었는지 납득할 수 없다. 특히 우리 국방부는 대통령 선거 이전에는 장비 배치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기까지 했다. 미국 측도 사드 배치 진전은 차기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한미 양국이 이를 뒤집고 배치를 강행한 것은 결국 누가 대통령이 되든 되돌릴 수 없도록 '알박기'를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에 앞서 거쳐야 할 기본적 절차가 무시됐다는 점 또한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성주골프장을 부지로 공여하는 절차는 마쳤으나 아직 환경영향평가나 시설 설계, 공사 등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장비만 반입된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심각해 신속한 배치가 불가피했다고 한미 당국은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절차까지 무시할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이런 밀어붙이기식 태도는 양국이 주장하는 배치의 정당성마저 훼손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선 결과가 어떻든 불필요한 무리수는 양국 동맹관계에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여전히 찬반 논란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시간이 걸린다 해도 조금이라도 더 공감대를 만들어가며 일을 진척시키는 게 올바른 순서이기 때문이다. 당장 대선 유력 후보인 문재인·안철수 양측이 기습 배치에 유감을 표명한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이제라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일정을 진행, 향후에 닥칠지 모르는 갈등의 씨앗을 키우지 않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