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와 스포츠가 결합한 가상현실 스포츠가 뜨고 있다. 가상현실 스포츠라면 어떤 것이 생각날까? 아마 스크린 골프장이나 오락실에서 즐기던 체험형 스노보드게임 같은 것을 떠올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IT 강국인 한국에서는 최근의 가상현실 트렌드가 뜨기 전인 2000년대 초반부터 스크린 골프가 있었고 이후 스크린 야구, 스크린 사격, 스크린 양궁, 스크린 승마, 스크린 테니스, 스크린 스키 등 관련 사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VR(가상현실) 장비를 이용한 VR방까지 생겨 더욱 현실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컴퓨터와 VR 기기를 사용해 가상현실을 실제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술이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가상현실 스포츠가 많이 생기는 건 어떤 이유일까?
먼저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이 시간은 물론 공간의 제약을 넘어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많이 생겨난 스크린 야구를 예로 들면 직장 동료나 친구끼리 야구 장비를 가지고 모여 교외의 야구장을 찾아가거나 공터에 모여 야구를 하는 경험을 주변의 스크린 야구장에서 훨씬 적은 시간으로 공간의 제약 없이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스포츠를 즐기는 비용에 관한 문제이다. 근교 골프장의 골프 라운딩비는 보통 10만~15만 원이다. 거기다 캐디피, 카트비까지 포함하면 20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스크린 골프장에서는 10분의 1의 가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세 번째로 한국인의 치열한 경쟁 문화를 한 요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짧은 시간에 승부가 나는 게임적 요소를 가미한 종목이 유독 인기를 끄는 원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IT 강국답게 사회 전반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적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일 것이다.

외국에서 가상현실 스포츠는 원래 훈련용 시뮬레이터로 시작했다. 스크린 골프도 골프 타구를 측정하기 위한 기술에 게임적 요소를 더해 발전한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프로 미식축구 선수들의 판단력을 키우기 위해 실제 경기 내용을 360도 카메라를 통해 촬영하고, 나중에 VR 헤드셋을 쓰고 재현해 본다고 한다. 바둑의 복기처럼 자신의 경기나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확인하면서 어떻게 했으면 더 좋았을지 '실감 나게'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와이드 런'이라는 제품은 VR 헤드셋에서 보내는 영상에 맞춰서 페달링 동작, 속도 등을 조절함으로써 실제로 다양한 상황에서 사이클을 타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위 두 가지 가상현실이 '지난 과거를 재현'해 보여주거나 '어떤 곳에 있었던 현실을 지금 여기서 다시 느끼게' 하는 형태라면, 새로운 VR 스포츠는 '없는 현실을 만드는' 것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이카로스라는 장비는 피트니스 운동 때 1분 이상 하기 어려운 프랭크 동작을 '즐기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그 힘든 동작을 10분 넘게 지속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사용자들이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날고 있다'고 여기게 해주니까. 이외에도 드론 레이싱, VR 중계 등 가상 현실은 스포츠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많다. 지금 출시되는 VR 헤드셋으로는 쾌적하게 VR 영상을 즐기기도 어렵고, 기기 가격도 비싸다. 당장 훈련에 적용하고 싶어도 실용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기기가 많다. 하지만 IT 기술과 결합한 스포츠는 반드시 온다. 어쩌면 내년 동계올림픽 때는 당신과 내가 평창의 스키점프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같이 만날지도 모른다.

부산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