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풍목우(櫛風沐雨)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 고사성어는 빗질할 즐, 바람 풍, 목욕할 목, 비 우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이런 뜻일 게다. '바람으로 머리 빗질을 하고 빗물로 목욕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긴긴 세월을 비바람을 무릅쓰고 고생하거나 어떤 일에만 골몰한다는 의미이다. 어떠한 분야의 어떤 일이든 간에 비록 엄청난 고생을 하고, 많은 어려움에 봉착한다 하더라도 그 일에만 몰두하여 오로지 골몰한다면 반드시 성공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누구나 평소 가슴 깊이 새겨둘 가치 있는 말이다.

옛말에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고 했고, 또한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고도 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도 있고 또한 마부작침(磨斧作針)이나 적토성산(積土成山), 그리고 적수천석(滴水穿石)도 모두 끊임없이 끝까지 노력하라는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처럼 단순하면서도 깊은 진리를 담고 있는 '즐풍목우'라는 고사성어를 생각하면 특별히 요즈음의 젊은이들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젊은이가 엄청난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힘든 일, 궂은일, 어려운 일은 하지 않겠다는데 그들보다 세상을 오래 산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면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일자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두들 위만 쳐다보고 편하면서 쉽고 깨끗한 일거리만을 찾고 있다. 일자리가 있어도 일할 사람이 없는 부조화의 현상이 오래전부터 지속되고 있다. 그러니 수많은 중소기업이 오히려 구인난 해소를 위해 동남아시아 또는 중앙아시아의 젊은이들을 채용하고 있다. 이는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에 필자는 크게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직업에 따른 불평등을 해소하고 보잘것없고 보수도 적은 그런 직업일지라도 누군가는 맡아서 해야 이 사회가 돌아가니까 그런 분들을 고무하고 격려하기 위한 듣기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비단 필자만의 견해가 아닐 것으로 본다.

사실 자기 실력이나 능력의 높이와 낮이, 기술이나 전문성의 고하 또는 처해진 종합적인 상황에 따라 적정한 직업을 선택하게 되며 따라서 업무의 전문성이나 급여의 차이는 극명하게 구분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어쩔 수 없는 원리이다.

그렇다고 실력은 전혀 못 미치면서 오로지 위만 보고 대책 없는 장기간의 실업상태에 있는 것보다는 무슨 일이든지 일단 맡아서 '즐풍목우'의 정신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을까.

고학력의 석학이나 전문 인력의 양성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분야에서 숙련공이나 장인 또는 달인도 남다르게 인정받고 크게 대접받는다. 특정 분야에서 도드라진 실력을 드러내는 장인 정신은 아름답다.

그런데 그런 장인이나 달인의 대부분은 남들이 인정하지 않는 그저 그런 분야에서도 그들 나름대로 사명감을 가지고 혼신의 노력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이 사회로부터 달인이니, 장인이니 하고 인정을 받고 널리 알려지고 성공할 수 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작침', 또는 끊임없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적수천석', 흙을 쌓아 산을 만든다는 '적토성산', 그리고 끝없이 노력하면 산을 옮길 수 있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 등의 말을 새겨보자. 이러한 말들 속에 담겨 있는 참뜻을 우리 젊은이가 부디 가슴에 새겨서 세상을 살아가는 좌우명으로 삼았으면 정말 좋겠다.

물론 의미심장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 이들 고사성어를 말로 하기는 쉽다. 실천하기도 어렵거니와, 원하는 결과가 눈앞에 바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더라도 시도도 하지 않고 어렵다는 이유로 실행에 옮길 엄두도 내지 않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는 세상 흐름을 보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최선을 다한다면 못할 일이 없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독서를 잘하지 않는 요즈음 세태로는 좀 어렵다고 여겨지는 책일지 모르나 사서오경 중의 하나인 중용(中庸) 23장 치곡(致曲) 편에 나오는 구절을 살펴보자. 우리 젊은이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구절이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작은 일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나오고/겉에 배어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게 된다//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변하면 생육된다(널리 퍼지고 정착된다)//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부산컨트리클럽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