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집집이 즐거움이 가득하다. 굳이 오늘은 아니어도 왠지 내일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하지만 오늘도 버겁고 내일도 갑갑한 이들이 있다. 돈 없고 병든 고령자 가정이다. 젊다고 남의 얘긴가. 양가 부모님이 계시면 심적 고통이라도 짊어져야 한다. 또 누구든 마냥 청춘일 순 없다. 젊은이들도 쉬이 늙는다. 가정의 달 5월에 누구도 무관할 수 없는 그 고령자 가정의 서글픈 민낯을 살펴보자.
2017년 현재 700만 명.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다. 전체 인구의 약 14%다. 고령사회가 한 치 앞이다. 2025년엔 그 비율이 20%로 껑충 올라 말로만 듣던 초고령사회가 된다. 현재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고 있다. 개인이나 국가나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데 말이다. 1960년대 이후 수십 년간 경제 주역이던 지금의 노년층. 부모를 지극히 모셨고 자식을 정성껏 키웠던 이들. 정작 자신의 노후대책은 챙기지 못한 채 실제 수명만 속절없이 늘고 있다. 이들에겐 장수사회로 가는 길이 봄날 꽃길이랄 수 없다.

"이렇게 오래 살 줄 누가 알았나?" 넋두리를 뱉는 노부모도 그걸 듣는 아들딸도 서글프긴 마찬가지다. 현재 65세 이상 둘 중 하나는 빈곤층이다. OECD 꼴찌 수준이다. 자살률도 제일 높다. 살아 있는 자에게 은퇴란 없다. 온몸이 아파도 일을 해야 입에 풀칠이라도 한다. 냉혹한 반퇴 시대다. 국민연금공단이 밝힌 노부부 적정 생활비가 한 달 237만 원이라는데 언감생심이다. 이들의 평균 월수입은 고작 100만 원 안팎이다. 폐지를 수거해 30만 원도 못 버는 노인이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의료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진료비는 25조187억 원이었다. 국민 전체비용의 38.7%나 된다. 특히 70세 이상 1인당 진료비는 연간 428만 원이 넘었다. 국민 평균비용의 3.4배다. 진료비는 5년 새 64%나 가파르게 올랐다. 앞으로 호전되기는커녕 당장 내년부터 건강보험재정이 바닥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결국, 의료파산이 시작되려는가.

미국, 유럽,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이 문제를 겪었다. 그리곤 해법을 찾았다. '치료에서 예방'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이다. 미국국립보건원은 '4P 정책'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4P는 예측하고(Predictive), 개인에 맞추고(Personalized), 예방하고(Preventive), 참여한다(Participatory)는 뜻이다. 4P의 밑바탕은 스포츠를 통한 국민건강 증진이다. 운동에 투자한 비용보다 3배 이상의 의료비가 절감되기 때문이다. 독일, 스웨덴, 덴마크의 건강촉진제도도 이 때문에 시행됐다. 그래서 노인들이 지자체나 보험공단의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기본점수를 준다. 물론 건강수치가 좋아질 때마다 포인트가 계속 쌓인다. 이 포인트는 생활비나 의료비로 쓸 수 있다. 일본도 이런 인센티브로 신체활동을 꺼리는 고령자들을 체육관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몇몇 지자체도 유사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실효를 거뒀다는 얘긴 아직 없다. 참여율과 지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먹고살기 바쁘다'거나 '움직이기 귀찮다'는 이유가 많다. 그러나 운동할 장소나 방법 등 '정보를 모른다'는 이도 꽤 많다. 참여 인센티브와 홍보가 더 필요하단 얘기다. 이제 막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이 점이 꼭 담기길 바란다. 건강증진정책은 삶의 질과 국가경쟁력을 높여주는 가장 좋은 복지사업이다. 고령자 개인도 자신을 챙겨야 한다. 자식에게 짐이 되고픈 부모는 없다. 나를 위해서도 자식을 위해서도 자꾸 움직여야 한다. 앉으면 눕고 싶은 법이다. 귀찮고 힘들어도 일단 걷기부터 하자. 걷기만 해도 심혈관질환이나 치매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크다니 고령자 스포츠로 딱 좋다. 걷고 또 걷자.

부산교육대 체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