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호가 닻을 올리자마자 기다리고 있는 당면문제는 외교 문제다. 더 정확하게는 미중관계라는 G2 체제에 대한 대응이다. 북핵문제, 사드문제, 중국의 경제제재,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이 그것이다.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명운을 가를 것이다.

급하게 다가온 것은 경제 문제다.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다. 대학생들은 졸업을 두려워한다. 청년들은 기성세대를 경쟁자를 넘어 자신들의 미래의 부를 갉아먹는 하이에나로 보기 시작했다. 상황이 어려우니 나타나는 분노의 현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분노의 시기를 배려의 내치와 슬기의 외치로 풀어나가야 한다. 자신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미정상 회담에서 명확히 드러난 것처럼 트럼프는 무역적자를 해결하고 자국민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리에게 상당한 압력을 가할 것이다. 중국은 우리 기업의 자국 진출을 막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잘하고 있는 기업도 추방하고 있다.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일대일로를 보자'다. 일대일로는 경제성장이 주춤해지고 국내 성장 동력이 약화되자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과 자원확보를 위해 추진하는 팽창전략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이 아시아 태평양에 지역 패권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야심이 있다. 중화제국주의다. 임기가 2022년에 끝나는 시진핑은 바로 이 일대일로로 경제번영과 중화패권을 달성할 미래 지도자로 10년간 또 재임하려고 하고 있다. 마오쩌둥이 강력한 통합된 중국을 꿈꾼 현대판 진시황이었고, 덩샤오핑이 부국의 중국을 꿈꾼 20세기 조광윤이었다면, 시진핑은 21세기 한무제를 꿈꾸고 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의 정치 이상이자 정치생명이다.

일대일로는 6개의 경제 루트를 통해 유라시아, 동남아시아, 해로를 통해 중화 교통, 물류망을 세계로 펼쳐 나가면서 주요지역에 경제자유지역을 건설하여 세계거점지역 및 도시와 연계하는 총체적 네트워크 구축이 그 핵심이다. 2022년까지 가시적 성과를 중국인들에게 보이기 위해서는 시진핑은 동남아 루트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유라시아를 거쳐 나가는 루트는 신장 위구르족의 분리주의로 인해 이슬람교를 믿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지나 인도양으로 가는 해로는 중국의 해양패권에 매우 민감한 미국의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동남아시아는 중국과 경제 상호의존도가 높고 지역 경제권의 상당한 부분을 화교가 잡고 있어, 가시적 성과를 내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특히, 라오스와 윈난성 국경 지역인 중국의 모한, 라오스의 보텐시 자유경제지구는 동남아 루트의 관문으로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이 지역은 이미 2003년에 자유경제지구가 설립되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라오스 정부와 경제협력지구 설립협약을 체결하고 일대일로 동남아 관문 설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텐에서 수도인 비엔티안까지 철도 도로가 건설되면, 그로부터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으로 연결되는 인도차이나 교통과 물류연계망이 만들어진다.

동남아 루트 개척은 실질적으로 태국의 정대(CP)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외화보유액 감소가 지속되자 시진핑은 국영기업체들의 외화반출을 거의 금지했다. 동남아 프로젝트 투자를 사실상 이끌어 온 중국 기업은 중신그룹이다.

하지만 해외투자가 어렵게 되자 자매회사 격인 정대그룹을 통해 사실상 동남아 루트 개척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정대그룹의 일대일로 담당자는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받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한국을 지속적으로 미국으로부터 중국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정치적 목적도 있다. 사드 사태로 공식적으로는 한국 기업을 추방하면서도 중국의 지역 패권 건설에 필요한 한국과의 경제적 연계는 강화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이 시진핑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한중관계이다.

우리는 G2 갈등 속에서 시진핑과 트럼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속내를 읽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해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사드와 같이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강하게 버티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은 당기는 소위 다양한 옵션을 손에 들고 적소를 찌르는 '헤징과 틈새'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시진핑의 고압적 자세와 완고함 속에는 '2022년을 위한 일대일로'라는 틈새가 있다. 동남아 일대일로에 대한 헤징과 틈새는 바로 라오스다.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