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봉래동 산동네 봉산마을의 공·폐가 철거 터가 블루베리 재배지로 탈바꿈한 것은 원도심 마을 재생의 또 다른 사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된다. 쓰레기로 넘쳐나던 흉한 빈집 터에 공동으로 블루베리를 심고 가꾸며 주민 간 소통이 많이 늘어난 데다 죽어가던 마을 분위기가 확 바뀌었기 때문이다. 봉산마을의 블루베리 재배지가 어린이 체험학습장으로도 활용된다니 더욱 기대가 크다.

영도구는 물론 부산 원도심이 쇠락하면서 곳곳에 빈집이 방치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는 마을을 슬럼화시킬 뿐만 아니라 공공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 때문에 부산시 등은 과거 대규모 개발을 통한 원도심 재생을 시도했지만 주민만 내쫓기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최근 개발 대신 보존 위주로 다양한 마을 재생 사업이 시도되는 것은 이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 공동체 조직 등을 통해 주민 스스로 마을 재생을 주도하도록 하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영도 봉산마을 역시 이런 마을 재생 사업의 모범사례라 할 만하다. 블루베리 재배지를 조성하고 가꾸며 수확하는 모든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주민들이 마을 주인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끈끈해졌다. 이 과정에서 30그루로 시작한 블루베리 나무는 500그루 가까이로, ‘체험장’ 이름을 단 공식 재배지도 3곳으로 늘었다. 주민들 말처럼 칙칙하던 산동네가 블루베리 마을로 변모할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

영도구에서는 봉산마을 외에 청학동 일대 빈집 터에도 주민 주도로 고구마를 재배 중이고 텃밭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 모두가 영도라는 지역과 산동네라는 특성을 활용한 맞춤형 마을 재생 사업이라는 데 나름의 의미가 있다. 원도심이라 하더라도 마을마다 특색이 같을 수는 없기 때문에 봉산마을의 독특한 사례가 눈에 띄는 것이다. 향후 부산시 등의 재생 사업이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게 아니라 주민과 소통하며 마을 특색에 맞게 진행돼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