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대한민국 해양수도이며 세계적인 무역항을 품은 도시이다. 부산항은 컨테이너처리량 세계 6위, 환적처리량 세계 3위 등 그 수식어도 화려하다. 전국 연근해 수산물 생산량의 42%, 수출액의 72%, 수입액의 61%를 처리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제1위의 수산 무역항이기도 하다.
부산은 대한민국 경제와 수산업의 발전과 그 역사의 궤를 같이해 왔다. 부산항은 1957년 6월 29일 한국의 첫 원양어선인 지남호가 출항해 인도양 조업을 성공함으로써 1960, 70년대 한국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원양산업의 메카이다. 당시 원양어선들이 벌어들인 외화는 20억 달러로 파독 근로자의 1억153만 달러보다 20배가량 많았다. 1971년 한국 총수출액의 5%를 차지할 정도였다.
지난 70년간 대한민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GDP 규모 제12위의 국가로 발전했으며 제13위의 수산물 생산, 제23위의 수산물 수출국가로 발돋움했다.
부산은 부산항의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수산식품연구소 설립,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수산식품특화단지 조성 등 수산식품 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수산업 도시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사업은 원물 위주의 수산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공품으로 생산하여 수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앨빈 토플러, 피터 드러커 등 세계의 여러 석학이 말하고 있는 수산업의 발전 가능성과 세계 수산업의 성장 추세를 감안할 때 시의적절한 정책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경제성장과 FTA 확대로 수산물 생산량과 교역량이 지난 10년간(2004~2014) 각각 30.1%, 95.7% 증가했다. 2025년에는 수산물 생산량이 2009~2015년의 평균값보다 17.4% 증가한 1.96억 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도 수산물의 수출전략 산업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어 정책 여건 역시 좋은 상황이다.
하지만 수산식품 클러스터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식품안전에 대한 눈높이를 소비자에게 맞추고 수입국가들의 높아지고 있는 검역 위생장벽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수산 양식의 증가는 신종 전염병의 발생을 야기하고 있어 세계 각국이 검역 위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WTO 산하 세계동물보건기구에서 정한 위생조건에 따라 수출입 수산생물에 대한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관세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무역환경에서 검역위생은 수입국의 고유 권한이고 가장 강력한 규제 수단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여건을 살펴보면 한국의 수산물 수출대상 1위 국가인 일본은 지난해 7월 수산자원보호법을 개정하여 8개 품종, 11개 전염병이던 수입 수산물에 대한 검역기준을 21개 품종, 24개 전염병으로 강화했다.
아울러 2011년 중국의 사전 위험평가 제도 도입이나 미국의 식품안전현대화법 시행도 검역 위생을 강화하는 조치이다. 우리나라도 내년 4월 1일부터 냉동·냉장 새우 검역을 시행하고 자연산 수입수산물에 대한 검역증명서 첨부도 의무화한다.
수산물 검역은 새우 흰반점병, 전복 허피스바이러스병, 잉어 봄바이러스병 등 전염병이 수출국가로부터 수입국가에 들어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감염되는 메르스, 동물에 감염되는 AI와 같이 수산물을 치명적인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여 자국의 수산업과 생태계를 깨끗하게 보존하고자 하는 조치이다.
그러나 수산물 검역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투자가 미흡한 현실이다. 수산물은 물속에 살기 때문에 전염병이 발생하더라도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수산업 종사자도 가격하락 등을 우려해 신고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향후 식품 소비패턴의 고급화와 다양화, 특히 안전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는 더욱 증가하고 수산물 수입국가는 보다 철저한 검역 위생기준을 요구할 것이다. 수산식품 클러스터 사업에 검역시설 기반 확충, 전문가 관리체계 마련 등 선진화된 검역 위생시스템 구축을 위한 투자가 시급한 이유이다.
세계적으로 수산식품은 건강식품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수산물 교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안전하고 품질 좋은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수출 확대를 위해 수산물 검역에 대한 범국가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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