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청와대에서는 흔치 않은 광경이 펼쳐졌다. 청와대 직원들이 본관과 영빈관 등 경내를 관람하고 청와대 근무지침과 보안방침, 복리후생 등에 대해 설명을 듣는 오리엔테이션(OT) 행사가 열렸다. 청와대 직원이 청와대 경내를 관람한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누구나 의아하게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 특성상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서 이제 막 근무하게 된 별정직 공무원들과 부처에서 나온 공무원 등이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청와대 내부는 낯선 공간이다. 이런 이유로 OT를 겸한 ‘오픈 하우스’ 행사가 열린 셈이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날 행사는 ‘새 정부 출범 100일’을 이제 갓 넘긴 만큼 자칫 해이해질 수도 있는 기강을 다잡는 자리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OT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강조된 사항은 첫 번째가 ‘보안’, 그다음이 ‘청렴’이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에서 근무하게 되면 누구나 보안 등의 문제에 조심스럽다. 만에 하나 실수라도 해서 대통령에게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긴장감까지 더해지면서 근무지침에 어긋나는 일이 없다. 그러나 100일 기자회견과 대국민보고 등 행사를 치르면서 ‘100일 징크스’ 없이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감으로 긴장이 풀리게 되면 보안과 청렴 등 청와대 직원들이 지켜야 할 업무 지침이 느슨해질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이런 행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의 100일을 돌이켜봐도 박근혜 정부의 첫 대변인인 윤창중 씨가 일으킨 사건처럼 유독 새 정부 출범 100일 즈음에 불미스러운 일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일들이 있었다.

그런 긴장 속에 100일을 지낸 까닭일까,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할 정도의 큰 과오는 없었다. 그러나 100일이 지난 지 얼마 안 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최대의 도전에 직면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베를린선언’을 발표하면서 북한에 대화의 손을 내밀었지만 북한은 핵실험 감행으로 이를 사실상 무시한 것이다. 여기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발언 등까지 겹치면서 문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문제에서 북핵 도발-사드-한미 FTA라는 삼각파도를 만났다. 북핵 문제 해법에서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제재에서 보조를 맞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얼마 전 만난 한 장관은 “지금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기로 높은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자칫 누구 하나 실수라도 하면 정권에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가 출범해 국민적인 지지를 얻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특히 지방선거에 돌입하게 되면 각자 셈법이 달라진다”고 말하며 높은 지지율은 언제라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공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공직자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7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3일 이상 종합집계 기준)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70% 아래로 떨어진 69.0%였다.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안보 위기감 확산에 따른 것이다. 외부 요인에 의해서 지지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다만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책임을 다하자는 그 장관의 말처럼, 새 정부 출범 이후 100일을 보냈던 그 초심을 잃지 않는 문재인 정부를 기대해본다.

서울본부 정치부장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