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부산 롯데호텔 1층 로비. 당시 이곳에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회의 결과를 기다리며 무작정 현장에서 대기하는 일명 ‘뻗치기’를 하는 기자들로 북적였다. 같은 시간 이 호텔 42층에서는 BNK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3차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차기 BNK 회장 선임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금융지주 회장 인사인 까닭에 전국 금융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서울지역 경제매체 기자들까지 부산 출장을 왔을 정도였다. ‘뻗치기’를 하던 취재 기자들 사이에서는 “오늘은 무조건 결론이 나겠지?”라는 우려 섞인 말들이 오갔다. 앞서 두 차례 진행된 회의에서 3명의 압축 후보군 중 2명의 후보를 두고 3 대 3으로 의견이 갈려 결론을 내지 못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임추위는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임추위 장소도 회의 시작 1시간 전에야 공개될 정도로 철통 보안을 유지했다. 4개월 넘게 지속된 경영 공백 장기화에 대한 부담을 의식한 듯 했다.

회의 시작 5시간여 만에 드디어 결과가 발표됐다. BNK금융지주 임추위는 “조직안정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김지완 후보자를 임추위원 6명 전원 합의로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추천하고, 박재경 후보자를 사내이사 및 지주 사장으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열린 BNK부산은행 임추위에서는 현 은행장 직무대행인 빈대인 부행장을 부산은행장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

빈 후보자는 10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부산은행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지역과 고객에 대한 신뢰”라며 “조직 안정화를 위해 금융지주와 부산은행 간 가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BNK금융그룹의 최대계열사인 BNK부산은행은 다음 달 25일 창립 50주년 기념일을 맞는다. BNK부산은행장과 BNK금융지주 회장 최종 선임 여부는 각각 오는 12일과 27일 열리는 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4개월여의 우여곡절 끝에 BNK금융그룹의 새로운 ‘선장’들이 뽑혔다. 금융지주와 부산은행장 사령탑이 될 두 사람은 최고경영자 공석으로 반 년 가까이 어수선했던 조직을 추스르고 지역사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첫 외부 출신 BNK금융지주 회장에게 거는 조직 안팎의 기대와 우려 또한 크다. BNK금융그룹은 지역을 대표하는 금융회사인 동시에 지역민들의 자부심이다. 새로운 혁신의 출발선에 선 BNK금융그룹이 이제 더는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세월만 보내지 말기를, 더는 시민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경제부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