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우리 대한민국은 제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출범으로 국가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일자리위원회의 로드맵 제시로 일자리 창출이라는 큰 숙제를 안게 되었다. 2개 위원회와 관련된 내용을 보면서 분명 서로 상관관계가 아주 높은 것 같으면서도 풀기 힘든 실타래처럼 괜히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하다. 왜냐하면 제4차 산업혁명이란 키워드는 등장과 동시에 성별 격차 없이 모든 직군에서 일자리 감소를 시사했기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힘든 여정이 눈에 어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년 체감 실업률이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9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소식은 일자리의 높은 벽을 더욱 실감나게 했다.
하지만 지난 1차 기계화, 2차 전기화, 3차 정보화에 기반을 둔 산업혁명들을 통해 항상 혁명의 뒤안길에는 부작용도 많았지만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이미 학습한 바 있다. 그리고 일자리 수는 기술 발전에 의한 혁명으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생산량이 증가되면서 산업의 형태가 바뀌어도 전체적으로 증가했다고 MIT 경제학과 교수 데이비드(David H. Autor)가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에 정보기술(IT) 관련 대표적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www.gartner.com)가 제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즉,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위협하는 대표 기술인 인공지능(AI)에 의해 앞으로 2020년이면 일자리 230만 개가 창출되고 180만 개가 소멸해 순고용이 증가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특히 가트너는 기존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적이며 적응력이 높은 비즈니스로 새롭게 창출해 낼 수 있는 다재다능한 인재, 바로 ‘정보기술 융합형 인재(IT 버서틸리스트, IT Versatilist)’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1967년 28세기 우주를 그린 프랑스 만화가 장 클로드 메지에르의 SF만화 ‘발레리안과 로렐린’을 동일 제목의 영화로 만든 유명 감독 뤽 베송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만화 원작을 영화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력을 신뢰하기까지 40년이 걸렸다고 한다. 우리 인류는 상상했던 바를 현재 우리의 삶으로 구현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고, 또한 상당 부분을 이루어냈다. 한편의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도 영화의 특수효과 그래픽 3D 영상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확보하고, 기술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데 요구되는 기술의 진보와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일자리들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알지 못하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제4차 산업혁명이 아무리 거세게 몰아쳐도 지나온 혁명과 속도의 차이는 다소 있겠지만 1차, 2차, 3차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 산업은 해당 시기에 맞춘 적정 비율로 공존할 것이며, 그런 과정에서 완전한 4차 산업혁명을 구현하기 위한 선행적 노력 즉, 과도기적 기술과 서비스, 비즈니스가 지속적으로 창출될 것이며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생겨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면서 우리나라의 산업계, 학계, 연구계 모두가 독일, 일본, 미국 등 선진 사례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다소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요즈음 디지털 인더스트리 4.0의 종주국인 독일에서 오히려 제4차 산업혁명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 공장 등 디지털 기반 제조업을 선도하는 독일이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기질에 기반한 제4차 산업 광풍을 이해하고자 하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하지만 한편으로 정말 우리가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 너무 급하게 서두르는 것은 아닌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등을 짚어보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제4차 산업혁명은 IT 강국 대한민국에게 분명히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현실적으로 가장 민감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좀 더 한다면 새로운 산업혁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동시에 국가의 부를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KISTI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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