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중남부에 자리한 짐바브웨는 전세계 독립국가 가운데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한다. 1800년대 후반부터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그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은 때가 1980년이다. 짐바브웨는 한 때 ‘아프리카의 곡창지대’라 불릴 만큼 토질이 좋았다. 또 각종 지하자원도 풍부해 발전 잠재력이 뛰어난 나라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의 짐바브웨는 세계의 최빈국 중 하나다. 오랫동안 지속된 정정 불안과 1990년대에 단행된 백인 소유 토지 무상몰수가 부른 후유증, 되풀이되는 기상이변 등으로 경제상황은 최악의 국면에 다다랐다. 손을 쓰기 힘든 인플레이션 때문에 짐바브웨 국민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짐바브웨의 몰락에는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독재와 실정도 한 몫을 했다. 1980년 짐바브웨 독립 때 초대 총리에 오른 그는 이후 37년이 흐르는 동안 여전히 최고의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다. 군주제를 채택한 국가를 제외한다면 세계 최장기 집권자다. 올해 나이가 93세니 세계 최고령 국가 수반이기도 하다.

무가베 대통령은 철권 통치로도 악명이 높다. 젊은 시절에는 영국에 대항한 독립투사로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총리가 되고 난 뒤에는 사람이 확 달라졌다. 1987년에는 개헌을 통해 무제한 연임이 가능한 대통령제를 도입한 후 스스로 그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이랬던 그가 최근 위기를 맞았다. 짐바브웨 군부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쿠테타를 통해 실권을 장악하고부터다.

현재 무가베 대통령은 가택연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짐바브웨 군부는 그의 신변이 안전하다고 발표했으나 국제사회는 무가베 대통령의 시대가 사실상 종말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외신은 무가베 대통령이 최근 자신보다 마흔 한 살이 어린 부인에게 권좌를 물려주려한 것이 파국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가 부인을 위해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던 국방장관 출신 부통령을 전격 경질하는 무리수를 두자 부통령을 지지하던 군부가 무가베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는 추측이다.

동서고금의 역사는 권력이란 잡기보다는 내려 놓기가 더 어려운 것임을 분명하게 증언하고 있다. 이런 진리를 애써 외면했던 전 세계의 독재자 대부분은 비참한 말로를 맞았다. 93세의 짐바브웨 독재자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