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로봇세 논쟁이 일고 있다. 과학의 발달로 인해 인조인간인 로봇이 많은 분야에서 사람을 대신하면서 이 로봇들로 인하여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사람에게 재기나 취업을 위한 교육 등 제반 지원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 로봇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업한 빌 게이츠가 2017년 2월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인 쿼츠와의 인터뷰에서 인간과 같이 일하는 로봇에게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로봇세 논쟁은 2016년 유럽의회가 로봇세 도입을 위한 초안 작업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유럽의회는 로봇은 인간과 달리 권리도 의무도 없으므로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주장에 맞서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인(electronic person)으로 지정하여 인격을 부여하는 법안을 2017년 2월 통과시켰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제로봇연맹(IFR)’ 등이 ‘로봇세’가 경쟁과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반대하면서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의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2017년 3월 6일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에서 고용 시장 혼란과 소득 불평등에 대한 해법으로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서머스는 빌 게이츠의 공공정책에는 전반적으로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그가 내놓은 고용시장과 소득 불평 문제의 해결 방법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로봇세 논의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출발 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 근로자 1만 명당 로봇의 숫자가 531대에 달할 정도로 전세계에서 제조 현장 로봇이 가장 많은 나라이지만 로봇세나 이와 연관돼 거론되는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토론은 걸음마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IT 시대니, 4차 산업혁명이니 하면서 앞만 보고 달리는 현 세태를 보면서 필자는 1811년 발생하여 약 8년간 계속되었던 영국의 러다이트운동(기계파괴운동)이 생각난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산업혁명에 성공한 영국은 직물제조 분야에 기계화를 추진했는데 이 기계들이 점점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여 일자리를 빼앗게 되자 실직한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일으킨 기계파괴운동이다. 여기서 우리가 새삼 느껴야 할 것은 세상만사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부산광역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에서는 회원들과 함께 해마다 대규모 공장을 견학한다. 근데 현장에 가면 첨단 설비와 기계화, 자동화에 감탄을 자아내지만 그로 인해 넓은 작업장에 사람이 아예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심각한 구직난, 취업난의 큰 원인이 바로 이것이로구나 하고 느끼곤 한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첨단화, 과학화, 자동화의 그늘 또한 그에 비례하여 늘어갈 수밖에 없는 모순과 안타까움이 가슴을 짓누르는 것이다.

앞으로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필요에 따라 IT, 첨단과학, 미래 산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 여기에서 반드시 우리는 가슴에 새겨야 할 명언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과학과 문명, IT와 첨단산업, 풍요롭고 안락한 삶, 로봇의 실용화 등 아무리 고도화된 제반 설비나 제품 그리고 바람직한 여러 여건이 실용화한다 해도 그 무엇보다도 사람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첨단과 혁신을 갖추어도 이는 사람을 위한 것이지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과 인간의 가치를 위협하거나 넘어서려는 그 어떤 첨단이나 혁신도 있어서는 안 된다.

장 자크 루소가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역설하였고 노자, 장자가 무위자연설을 주장하면서 인간성 회복과 아울러 자연으로의 귀의만이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설파했듯이 우리는 비록 첨단과 혁신의 산물 속에서 삶을 영위하고 그 덕분으로 풍요롭고 편리하고 안락한 삶을 살지만 인본주의의 깊은 철학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첨단과학이 발달한다 해도 인간은 자연의 품에서 자연이 주는 무한대의 혜택을 향유하면서 살아야만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 할 것이다.

‘로봇세’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고 또 ‘로봇’의 영역이 얼마나 확대되고 우리 생활 속에 밀착할지 알 수 없지만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만고불변의 진리인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경고를 잘 실천하여 사람이 우선인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힘써야 한다. 사람이 우선임을 마음속 깊이 명심하여 과유불급의 잘못을 피할 수 있도록 중용을 실천하기 위한 낮은 자세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

부산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