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직업사전을 보면 2017년 현재 우리나라 직업 수는 1만1993개, 직업명 수는 1만5715개다. 1986년 각 8900여 개, 1만600여 개였으니 변화를 짐작할 만하다.

그 30여 년 사이엔 저유가·저금리·저달러의 ‘3저 호황기’와 외환위기 및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파도가 있었고, 이제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4차 산업혁명의 격랑과 맞닥뜨렸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무인운송수단, 나노기술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4차 산업혁명은 특히 직업의 세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020년까지 선진국에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질 것이란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의 예측이 한 예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란 성명을 내고 삭발 투쟁에 나선 대한변호사협회 임원진을 보도한 사진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변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받는 규정을 삭제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961년 세무사법이 제정된 이후 56년 만이다. 변호사 업계에선 이러다 변리사 자격까지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무사, 공인중개사, 노무사 업계의 변호사 권한 축소 목소리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개천의 용’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불리던 변호사 자격, 그 줄어드는 위상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드론 자격증은 때를 만났다. 12㎏ 이상 상업용 드론을 조정하려면 초경량 비행장치 비행자격증을 따야 한다. 올해 응시자 수가 3200명을 넘으며 2년 전보다 10배를 웃돌았다. 가수 김건모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노후 준비용’이라고 소개하면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그는 드론 자격증이 있으면 7분에 20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할 기회가 있을 때, 준비 작업을 빼고 순수 작동 시간만 계산한 것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교육 기관에 따라 300만~700만 원의 비용이 드니 만만하게 볼 사안은 아니다.

지는 자격이든, 뜨는 자격이든 사람이 하는 일이다. 시대에 따라 부침이 있더라도 그 정신이 어디 갈까 싶다. ‘시대의 탁류 앞에서 세 종류의 사람이 나타난다. 하나는 굴종하는 사람, 또 하나는 피하고 숨어 사는 사람, 다음 하나는 그 탁류와 더불어 마주 싸우며 끝까지 지조를 굽히지 않는 사람으로 가인 김병로 선생이 그 이시다’. 민족 변호사 김병로 선생의 묘비명이 일깨우는 바이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