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시간당 최저임금(7530원)이 올해(6470원)보다 16.4% 오르면서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편의점이나 아파트 경비실 등 일반 직장에 비해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시행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른다는 그간의 우려가 현실화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부산지역 일부 편의점에서는 휴식시간을 늘림으로써 임금 추가 인상을 줄이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근로시간이 4시간이면 30분, 8시간이면 1시간씩 제공되던 휴식시간을 각각 1시간, 2시간으로 늘리는 대신 그만큼 시급을 삭제하는 식이다. 근무시간 중 휴식시간 제공은 무급처리가 가능하다는 관련 법규정을 악용한 사례다. 이럴 경우 편의점 근무자는 최저임금이 올라도 이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임금을 받게 된다.

휴식시간 증가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하려는 이런 흐름은 부산지역 몇몇 아파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휴식과 근무의 경계가 모호한 직종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근로조건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아파트 경비원의 경우 입주민의 잦은 호출과 주차 관리 등 예상하지 못하는 불시업무가 많아 휴식시간이 늘어난다고 해도 제대로 이를 지키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업종 성격상 자리를 비우기 힘들어 늘 한곳에 머물러야 하고 별도의 쉴 공간이 거의 없는 편의점 근무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시점이 임박한 만큼 예상 가능한 고용주들의 편법에 대처할 방안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 이미 일부 업종에서는 임금체계 개편이나 임금항목 및 지급방법 변경 등과 같이 최저임금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야 정치권도 필요하다면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규 손질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법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