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프로배구 팬들은 화가 단단히 났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심판의 오심 때문이다. 지난 19일에는 남자배구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경기에서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여겨지는 오심까지 발생했다. 팬들은 이 경기를 ‘올해 최악의 배구’라고 평가한 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란에 재경기를 하도록 해 달라는 글까지 올렸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재경기는 하지 않는 대신 해당 경기 주심과 부심에게 무기한 출장정지를 내리는 등 프로배구 사상 최고의 징계를 부과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심판 오심 논란은 한두 번의 일이 아니어서 팬들의 분노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프로배구가 출범 14년 만에 최대 위기에 몰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포츠 경기에서 오심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사람끼리 시합을 하고 사람이 잘잘못을 판정하는지라 완벽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일 수밖에 없다. 이런 오류를 줄이려 도입된 게 ‘비디오 판독 (VAR)’이다. 현재 우리나라 4대 프로스포츠라 불리는 야구와 농구, 축구, 배구는 모두 VAR을 활용해 오심에 대응하고 있다.

VAR은 양날의 칼이다. 오심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장점 이면에는 잦은 VAR 요청으로 경기 흐름이 끊어진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스포츠인 중에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인데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도 많다. 하지만 이 같은 항변은 기계를 사용해서라도 판정 시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점점 밀리는 추세다. 해외 축구의 경우 독일 분데스리가와 이탈리아 세리에A는 이미 VAR을 도입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내년 러시아 월드컵 때 VAR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술 더 떠 국제체조연맹(FIG)은 판정 자체를 아예 인공지능(AI)에게 맡겨버리자는 계획을 구상 중이다. 똑같은 난이도의 기술이라도 심판에 따라 조금씩 채점이 다를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우기 위함이다. 체조팬들은 빠르면 2020년 도쿄올림픽 때 AI 심판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심을 없애려는 스포츠계의 이런 노력을 일부러 깎아내릴 필요는 없는 일. 한 가지 궁금한 건 AI 심판을 앞에 두고 온몸으로 연기를 펼쳐야 하는 체조 선수들의 심정이 과연 어떠할까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