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듣는 각오의 한 말씀이다. 너무 흔해서 기억에 남는 일도 잘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열심’이 아닐까 싶다. 열심의 뜻은 뜨거운 심장(熱心)이다. 국어사전에는 ‘어떤 일에 온 정성을 다하여 골똘하게 힘씀’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이 말, 열심! 마이크 쥐어주고 낯선 사람들 앞에서 한마디 시키면 항상 마무리를 장식하는 이 말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흔하디흔한 말이지만 이 단어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본 사람은 흔치 않다.

한의학에서는 심장(心臟)을 해부학적 심장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한다. 정신과 마음, 해부학적인 심장을 모두 포함하는 대명사에 가깝다. 그리고 폐와 심장이 함께 있는 곳을 상초(上焦)라는 구역으로 통칭하는데, 항상 맑고 시원하게 유지하라고 전해져 온다. 우황청심환의 이름에 맑을 청(淸)이 들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열심(熱心)은 심장이 뜨겁다는 말이니 청심(淸心)의 반대 상태이자 병적인 상황이다. 심장이 뜨거워질 정도의 각오는 알겠으나 심장 건강에 좋은 마음가짐은 아니다. 늘 예민한 상태로, 모든 일에 전력을 다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면 심장이 뜨거워진다. 그러면 가슴은 답답해서 숨이 깊게 안 쉬어지고, 자꾸 차가운 것을 찾게 된다. 얼굴은 붉게 변하고, 심장 박동은 자주 빨라질 것이며, 스트레스 상황을 견디기는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이 상태가 바로 열심(熱心)인 상황이다.

우리 시대의 사람들 대부분이 이렇게 병적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 최선을 다해 가족을 부양하며 몸과 마음이 혹사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마음은 곧 심(心)장이다. 그래서 과도하게 열심히 사는 인생은 심장에 무리가 된다. 열심히 사는 우리는 모두 심장을 혹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사회초년생 혹은 일을 처음 시작하는 많은 사람의 포부가 열심(熱心)인 것을 보면 (물론 그 뜻을 모르고 관용적으로 썼겠지만) 마음이 짠하다.

모두가 바라는 인생이 그저 열심히만 사는 인생은 아닐 것이다. 하고 싶은 일, 몰입할 수 있는 일, 계속해도 즐거운 일을 찾아서 계속하다 보니 주변에서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모든 사람의 꿈일 것이다.

그저 열심히 사는 인생과는 분명히 다르다. 목표 없이 그냥 열심히 살다 보니 나이가 훌쩍 들어 있는 인생이 아니라, 내가 가야 할 곳을 알고 매 순간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열심히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인생이 우리의 꿈에 더 부합한다.

그래서 내 마음속의 최종적인 꿈은 ‘아침이 기다려지는 인생’이다. 매일 아침 출근하고 싶고, 퇴근할 때면 하루가 뿌듯한 직업을 가진 인생, 일과 휴식의 구분이 크게 필요치 않고 쉴 때도 일과 관련된 아이디어가 늘 떠오르는 인생, 얼마나 멋진가? 주변에 이런 얘기를 하면 다들 꿈같은 얘기라고 한다. 아무도 그렇게 사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다들 힘들게 산다고, 하고 싶지 않은 일 하면서도 살아간다고. 만약 진짜 그렇게 사는 사람이 대다수인 사회라면 우리는 매우 불행한 세상을 살고 있는 셈이다.

초보 운전일 때는 앞만 보며 전력을 다해 운전하지만 차가 똑바로 가기는커녕 좌우로 흔들흔들한다. 애는 쓰지만 결과는 좋지 않은, 이런 상황이 바로 열(熱)심(心)이다. 운전에 익숙해지면 장시간 운전해도 크게 긴장하지 않는다. 마음속에 목적지만 있을 뿐 운전 과정은 생각나지도 않는다. 운전이 익숙한 드라이버의 운전처럼, 목적지가 뚜렷한 인생은 힘들기보다 수월하다.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는데도 주변에서는 잘한다고들 한다. 그저 재미있어서 하는 일인데 말이다.

독자 여러분도 언젠가는 아침이 기다려지는 인생, 심장이 시원한 인생을 만나시길 바라며 다시 한 번 건강비결 한 마디를 전한다. 여러분. 열심(熱心)보다 청심(淸心)입니다.

공감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