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기되는 김해신공항 재검토 안에 대하여 논란이 분분하다. 또다시 신공항이 표류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가 하면 재검토의 동기 자체가 정략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영남 5개 시·도의 합의사항일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책사업이므로 이를 번복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일리 있는 말이며 신공항 재검토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2개의 정부용역이 이름 그대로 소음 영향을 평가하고 사업의 타당성을 본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것이므로 현 단계에서 모든 문제점이 검토되어야 한다.

좋은 공항은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인프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10여 년간 영남 5개 시·도가 결사적인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부산권의 바람직한 공항은 말할 것도 없이 ‘24시간 안전한 관문공항’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선 공약으로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가 김해공항으로 결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것인지 살펴보겠다”고 했고, “인천공항 재난발생 시 대체가능한 관문공항으로 건설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러한 공약들은 김해신공항이 제대로 된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부산시는 대형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활주로를 3500m로 확대하고 비행금지 시간을 대폭 줄여 ‘24시간 버금가는 신공항’을 건설할 예정이니 일체의 논의를 중단해 달라는 입장이다. 우리는 과연 부산시의 말을 믿고 따라도 좋을 것인가.

1년 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2016년 6월 21일 박근혜 정부에서 김해신공항을 발표할 당시를 보자. 당일 부산시가 언론에 발표한 공식 입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김해공항은 확장한다 해도 24시간 운영은 불가능하며 안전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 결정을 내린 것은 당장 눈앞에 닥친 지역 갈등을 피하고 보자는 미봉책입니다. 부산시는 시민들에게 약속한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가덕신공항을 만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그 후 부산시는 일주일 만에 정부안을 수용했고 지금은 김해신공항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당시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보지만, 정치적 상황이 크게 바뀐 현시점에서 김해신공항을 고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대책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바람직한 관문공항을 ‘24시간 안전한 공항’으로 설정할 경우 현재의 부산시 대안은 기준에 크게 미달하기 때문이다. 첫째 안전성 측면을 살펴보면 김해시가지로 향하게 될 신활주로 앞에 3개의 산봉우리가 있으나, 현재의 정부안에는 이를 절취할 계획이나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위험한 공항이 될 공산이 크다. 둘째, 대형항공기나 화물기의 이착륙을 위해서는 최소한 3500m의 활주로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정부안에는 3200m로만 설정되어 있어 부산시 안이 관철될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셋째, 소음문제로 현재에도 7시간 운항이 금지되고 있는 터에 신공항으로 소음이 확대될 경우 24시간 운항은커녕 7시간의 단축도 어려워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신활주로가 김해시가지로 향하게 된다는 점이다. 김해시의 용역 결과에 의하면 3200m의 활주로가 건설될 경우라도 김해 시민 8만6000명이 70웨클 이상의 소음에 노출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음 피해의 보다 정확한 정보는 오는 6월 종료되는 정부의 소음영향 평가 용역을 통해서 밝혀지겠지만, 김해 시민들의 반대로 김해시가지에 위치한 산봉우리의 절취나 활주로의 연장, 운항금지 시간의 단축 등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과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김해신공항을 강행할 경우 24시간 관문공항과는 아주 거리가 있는 초라한 공항이 건설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부산과 동남권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문제 많은 공항을 서둘러 추진할 것이 아니라,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장·단기적 접근 방식을 동시에 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오는 6월 부산시장 선거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통합하여 김해신공항의 추진이나 가덕도 재추진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면 좋을 것이다. 신공항의 논의가 이미 늦었다는 주장도 있으나, 구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논의의 적기이다.

‘김해신공항 타당성 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정부 용역이 오는 8월에 종료되므로 최소한 2018년 지방선거기간까지는 논의의 시간도 있는 셈이다.

동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