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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윤택과 ‘미투’운동 /안세희

  • 국제신문
  • 문화부 기자 ahnsh@kookje.co.kr
  •  |  입력 : 2018-02-25 18:58:33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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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나도 당했다)’ 고백 속 사건은 사실 낯설지 않았다. “미투, 올해 안에 끝나기 힘들 것 같은데.”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나와 친구들은 냉소적으로 이야기했다. 우리가 겪고 들은 이야기만 해도 얼마인데, 쉽게 끝나겠느냐는 자조다. 소수의 문화 인사가, 제왕적 권력을, 전방위로 당연하게 누리는 문화예술계에선 갑질과 폭력이 공기처럼 깔려 있다. 성추행도 마찬가지다. 놀란 점이 있다면, 가해 수준이 풍문보다 훨씬 악질이라는 것 정도. 대부분 크고 작은 피해 경험을 갖고 있고, 무뎌졌다. 모두 피해자이자 방관자였다.

성폭력은 ‘거장’만의 것도 아니었다. 일상 속 추행과 희롱은 다반사였다. 격려를 빙자해 신체 접촉을 하거나, 성적인 농담을 건네고 노골적인 성적 제안이나 접촉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대학생 시절, 멘토에게서 충격적 제안을 받고 성폭력상담센터 문을 두드리거나 노골적 접촉에 당황해 손길을 강하게 뿌리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한동안 속앓이하던 친구를 나는 알고 있다. 왜 피해자만 맥없이 속을 끓여야 할까. 무력했다.

성추행은 부지불식간, 무방비 상태에서 신속하게 발생했다. 명백한 신체 접촉도, 교묘한 추행과 희롱도 순식간에 일어나기에 그 상황이 지나가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할 뿐이었다. 주변에 호소하기도 쉽지 않다. 상황을 설명하기 힘겹고, 상대가 믿어주리라는 확신하기도 쉽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성폭력은 ‘스스로 힘껏 방어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부당함에 대한 구분 정도는 하게 된 지금, 나는 은근한 농담과 접촉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싸늘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정도의 대처만 할 뿐이다. ‘미투’ 운동으로 가해자를 밝혀내고 엄단하는 것과 함께 모두의 자각과 반성이 동반돼야 하는 이유다.

일상 속 성폭력은 만연하고 뿌리 깊다.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올랐고 마주하려는 노력이 시작된 만큼, 이 기회를 소중히 붙잡았으면 좋겠다. 개선 노력이 몇 명 가해자를 배제하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교과서에서 작품을 삭제하고, 지원금을 끊는 정도의 조처로 곪은 문화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사회 전반의 깊은 반성과 구조와 제도의 혁신적 보완이 필요하다. 그 실천은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믿는다.
함께 당부드린다. 가해자는 ‘근신과 자중’으로 무마하지 말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법적 처벌을 받으시라. 그것이 용기 낸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당신 작품에 울고 웃던 기억을 지우고 싶은 관객의 짓밟힌 마음이 조금이나마 회복되는 길이며, 우리 사회 성폭력 근절의 시작이자 정의다.

문화부 기자 ahns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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