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떤 환자가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양측 귀밑에 긴 봉합 자국이 눈에 띄었다. 왠지 모양이 좀 이상해 몇 가지 질문을 했더니 비의료인에게 사사로 속칭 ‘귀인 수술’(얼굴 주름을 당겨 펴서 피부를 탱탱하게 만드는 안면거상법의 일종)을 받았다고 했다. 수술 이후 어떻게 관리하고 있냐고 재차 물었더니, 무면허 의료시술자가 병원에 가서 대충 둘러대서 수액을 맞고, 항생제를 타서 먹으라고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의사 ‘왓슨 포 온콜로지’가 등장하는데 무면허 의료행위가 사라지지 않다니 역설적이다.

우리나라도 한때 무면허 의료행위나 유사 의료행위가 암암리에 행해진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의료 접근성이 좋지 않았고, 진료비도 비쌌고, 의료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상대적으로 문턱이 높은 병·의원 대신에 무면허 의료행위가 죄의식 없이 이루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교육 수준 향상과 정보 통신의 발달로 이제는 그런 행위들이 없어졌을 것이라는 내 생각은 착각이었다.

후배 의사들에게 물어보니 아직도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가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부산 남구 문현동과 사상구 주례동 일대에서 활약(?)한다는 ‘올리는 집’(체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손을 넣어 구토를 유발하는 시술)이나 각종 무면허 피부·성형 ‘야매 시술’을 하는 집이 여전히 부산지역 곳곳에 있다고 한다. 더구나 한때 청와대에도 들어갔었다는 일명 ‘주사 아줌마’가 아직 부산에 많이 있다고 하니 놀랍기 그지없다.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 사례는 정말 다양하다. 그 피해 역시 천차만별이나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을 위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사례로는 살을 파고 자라서 들어가는 내향성 발톱을 네일숍 등에서 처치하다가 상처가 곪거나 심부 조직까지 괴사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좀 더 심각한 사례는 당뇨병 환자의 얼굴에서 점을 빼다 상처가 낫지 않아 환부가 손톱만큼 커진 경우도 있다. 심지어 집에서 맞다가 남은 링거를 장롱에 넣어뒀다가 다시 맞고서 패혈증에 걸려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대학병원에 실려 온 사례도 있었다.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이렇듯 무면허 의료행위의 위험성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심각하다.

특히 비의료인은 시술 대상자의 과거 병력이나 현재 가지고 있는 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하지 말아야 하거나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이면서도 그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또한, 단위 국토 면적당 의사 수가 많아 의료 접근성 측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을 위치한다. 그런데도 이 같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그것도 부산 같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의 도심에서 버젓이 자행되는 것은 보건 당국의 근절 의지가 없을 뿐 아니라 올바른 의료행위에 관한 기본 교육과 홍보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학교와 보건 당국, 언론 등에서 ‘무면허 의료행위의 위험성’에 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발견하면 신고·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개개인에게 신고와 고발의 부담을 지워서는 곤란하다. 이를 위해 보건 당국과 경찰의 긴밀한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

의사들은 책무가 단순히 진료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부산시의사회도 부산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려고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부산시의사회는 ‘올바른 의료기관 이용법’을 계몽·홍보하고 있다. 나아가 제보를 통해 제재나 처벌이 이루어진 경우 이를 포상하는 ‘무면허 의료행위 신고자 포상제도’도 계획하고 있다. 제재나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그들로 인해 무고한 시민이 피해를 보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면 강력한 조처가 필요하다. 최소한 부산에서는 제2의 ‘선풍기 아줌마’(잘못된 성형 시술로 얼굴 크기가 선풍기만큼 커져서 붙여진 이름)가 나오지 않도록, 부산시 차원에서 적극 협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산시의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