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의 위력은 대단하다. 소득 상위 1%는 2016년 기준 전체 소득의 14.4%를 차지했다. 2001년에는 9.5%였다. 부동산 부자 상위 1%가 소유한 주택은 평균 6.5채나 된다. 배우들의 연평균 수입은 650만 원이지만 상위 1%는 20억 원이다. 상속 상위 1%가 받은 유산은 1인당 37억 원으로 근로자 평균연봉 3342만 원의 111배다. 상위 1% 기업이 납부하는 법인세는 전체 법인세액의 75.9%이고, 소득 상위 1%가 낸 세금은 세수의 절반을 차지한다. 누구나 상위 1%가 되는 꿈을 꾼다. 수능 성적 상위 1%는 상위 1%가 되는 관문이다. 그래서 태어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1% 진입을 위한 프로그램에 탑재된다.

문제는 1%가 가진 힘의 우월함이 불평등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민간 보유 토지 가격 추이를 보면 50년 동안 늘어난 가치 약 6700조 원 중 상승분의 38%를 상위 1%가 가져간 것으로 나타난다. 상위 1%의 소득, 부동산, 금융자산은 5년 전, 10년 전에 비해 비중이 모두 늘었다. 정치적 평등은 선거라는 제도와 헌법정신으로 보장받지만 경제적 불평등은 푸앙카레 추측처럼 풀리지 않는 숙제다. 불평등을 혁명으로 해결하려 했던 시도는 실패했다. 역사는 마르크스적 혁명이 불평등 해결법이 아니란 점을 넘치게 증명했다. 원인을 알아내면 이를 고칠 수 있다는 인과관계적 접근은 불평등 원인이 경제와 태생적 동체란 점에서 막힌다.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는 불평등의 원인을 사유재산제도 때문으로 보았는데 불평등 해결을 위해 사유재산제도를 양보한다면 자유민주국가의 뿌리가 뽑히는 것이므로 현대 국가의 해결책은 아니다. 역사 학자 발터 샤이델은 최근 ‘불평등의 역사’에서 불평등의 원인을 상속, 증여가 쉬우며 가격이 많이 나가는 고가의 자산 보유로 들었다. 우리나라 부의 불평등 핵심이 아파트, 빌딩 등 노른자 부동산의 소유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샤이델은 역사적 경제통계 수치를 들이대며 불평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지금도 계속 확대된다고 주장한다. 절망스러운 점은 따로 있다. 불평등이 낮아지는 경우가 주로 전쟁, 혁명 덕분이었다는 사실이다. 불평등 해결책이 이처럼 폭력적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역사학자답게 사실 적시에 그치고 더 나아가지 않았다. 불평등의 해결책은 정치경제학자의 몫이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불평등의 원인과 해결책을 함께 제시했다. 그는 불평등의 원인이 경제성장률보다는 자본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경제성장률은 누구에게나 보편적 혜택을 주지만 자본수익률은 자본가라는 소수에게 돌아가는 특성이 있으므로 불평등이 계속 확대되는 구조로 보았다. 불평등을 낮추기 위해 자본수익률을 경제성장률보다 떨어뜨리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초과이윤이 없다면 자본가들은 투자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보편적 후생수준은 더 나빠진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우세하다는 이유로 1% 초부자들은 부의 유지와 확대를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을 구매하고 여론을 사들인다. 피케티는 불평등 해결책으로 초부자들의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이동에 맞서 모든 국가가 협력하는 범글로벌세 도입을 제시했다. 세금이 불평등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은 불평등 지수가 낮고 세금이 높은 북유럽 국가가 증명한다.

그러나 세금으로만 불평등을 낮출 수는 없다. 불평등 해결은 국가의 간섭보다 경제적 우위에 있는 1%가 스스로 나설 때 효과가 크다. 우리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그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도전 자체가 공정하다면 메달과 상관없이 물개박수를 보냈고 공정하지 않은 성적에는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금력과 권력 등이 우월한 1%의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 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셈이다. 올림픽이 끝나기 무섭게 미투 운동이 확산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약자들, 가난한 사람들, 권력의 상대편에 놓인 99%의 목소리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우리 사회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패자에 대한 배려와 정당한 승리에 찬사를 보낸 이번 평창 올림픽정신이 불평등 해소에서도 힘차게 발휘돼야 한다. 능력이 있어 결승선에 먼저 도착했더라고 뒤처진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팀추월이 아닐까? ‘생각이 식기 전에 행동에 옮기라’.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 나오는 말이다.

경성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