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에는 버드나무가 많다. 평양을 ‘버드나무 수도’라는 뜻의 ‘류경(柳京)’이라 부르는 이유다. 기질이 강인한 평양 사람들의 정서를 순화하기 위해 버드나무 식재를 장려한 게 그 유래다. 조선 후기의 문신 임상원이 쓴 ‘교거쇄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평양에서 버드나무는 대동강변에 특히 많다고 한다. ‘이별하는 사람들이 날마다 꺾는 버들/천 가지 다 꺾어도 가는 님 못 잡겠네/어여쁜 아가씨들 눈물 탓인 듯/해질 무렵 부연 물결도 시름에 잠겨 있네’. 조선 중기의 시인 임제는 대동강변의 이별 풍경을 이같이 노래했다. 예부터 이별의 정표로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주는 풍습이 있었다. 편히 가서 탈 없이 지내다 속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풍습이다.

버드나무는 봄을 상징한다. 주로 물가에서 자라 봄이 오면 다른 식물보다 먼저 연둣빛 새싹을 틔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을 ‘유색(柳色)’이라고도 한다. ‘안개가 어리니 유달리 하늘거리고/비를 머금으니 더욱 늘어지누나/강남에는 나무도 그리 많은데/봄바람은 여기만 불어오는가’. 고려 말~조선 초의 학자 정도전은 봄 버들을 이렇게 읊었다. 실처럼 늘어진 버들가지는 참 아름답다. 젊은 여인의 윤기 나는 긴 머릿결 같다. ‘봄비에 젖은 버들가지/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구나’. 17년의 오랜 유배생활 속에서도 푸릇푸릇한 감수성과 심미안을 간직했던 실학자 정약용은 봄 버들을 몹시 좋아했다. 유치환 시인은 버드나무가 봄의 전령사 노릇을 하는 까닭에 대해 “가늘고 섬세하기에 봄 기운을 가장 예민하게 감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무르익어 가는 봄날,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서현이 평양에서 버드나무를 노래한다. 내달 1일 남측 예술단의 단독공연과 3일 남북 합동공연에서다. 남북 합동공연 장소가 마침 류경정주영체육관이다. 곡목은 ‘푸른 버드나무’. 김일성 북한 주석이 생전에 지시해 만든 노래로 알려져 있다. ‘나무야 시내가의 푸른 버드나무야/너 어이 그 머리를/들 줄 모르느냐’라는 가사에 선율을 입힌 서정적인 노래다. 이 노래를 부른 북한 가수는 ‘보천보전자악단’ 출신의 김광숙으로, 지난 1월 5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한다.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은 내달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길놀이다. 그 길가에는 실가지 치렁치렁한 버드나무들이 봄바람에 춤춘다. 평화의 몸짓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