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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번듯한 공항 갖는 게 욕심인가 /이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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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유럽 출장길에 들른 인천국제공항 제2 터미널. 내항기(김해~인천)에서 내리자마자 입이 딱 벌어졌다. 넓고 쾌적한 시설부터 눈에 들어왔다.

내항기 게이트에서 환승기를 타는 게이트가 끝에서 끝에 위치해 있고, 환승시간도 3시간 정도로 넉넉한 덕분에 천천히 걸어가며 구경했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게이트별 대기공간은 여유로웠다. 곳곳에는 누워서 쉴 수 있는 디자인 원목 의자가 배치돼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 놀이터도 군데군데 설치돼 있었다.

샤넬 프라다 등이 입점한 명품관을 지나자 저 멀리서 “낙양동천 이화정” 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전통체험관 앞 무대에서 승객을 위한 탈춤 공연이 펼쳐졌다. 외국인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공연을 즐겼다.

지난 1월 개장한 인천공항 제2 터미널의 연간 여객 규모는 1800만 명이다.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의 연간 여객 규모가 630만 명이니 터미널 하나가 부산의 3배가량 된다. 느긋한 문화공연은커녕 제대로 앉을 의자조차 없이 북적대는 김해공항이 오버랩됐다. 오랫동안 대기해 겨우 짐을 맡기고 발권하면 또다시 긴 줄을 서서 보안검색대와 출입국관리심사를 거쳐야 한다.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도 청사는 사람들로 가득해 숨이 턱턱 막힌다. 이렇게 비행기를 타기도 전에 진이 다 빠진다.

매년 김해공항 이용객이 폭증하는데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국토교통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지난해 김해공항 연간 여객은 1640만 명을 넘어섰다. 2016년(1490만 명)에 비해 10% 이상 이용객이 늘었다. 2015년(1238만 명)과 2016년의 전년 대비 여객 증가율은 각각 19%, 20%였다.

매년 폭발적 여객 증가율을 보이는데도 국토부는 지난해 7월 국제선 청사를 1단계 확장하는 정도의 대책에 그쳤다. 확장을 했는데도 지난해 김해공항 국제선 여객은 920만 명으로 수용규모(630만 명)를 훌쩍 넘겼다.

여객이 급증한 덕분에 지난해 김해공항은 사상 최대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당기순이익도 1153억 원으로 1000억 원대를 넘었다.

하지만 재투자는 미흡하다. 국토부는 2단계 국제선 청사 확장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나 결과가 나와도 유휴공간을 개조해 청사를 조금 확대하거나 시설 재배치 등 운영 효율화 정도의 대책을 검토 중이다. 2026년 김해신공항 개항 전까지 이대로 8년을 버티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아니 버티기가 안 되니 공급을 줄여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도 진행 중이다. 올해 하계(3월 말~10월 말) 김해~제주 노선 주간운항은 880편으로 전년(914편)에 비해 34편이 줄어들었다. 슬롯(항공기 시간당 이착륙 횟수)이 제한돼 공급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으니 항공사들이 다른 공항으로 빠져나가거나 국내선을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국제선으로 노선을 조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에서 제주 가는 항공권은 안 그래도 구하기가 별 따기인데 더 어려워졌다.

공항은 그 도시의 첫인상(또는 마지막 인상)이다. 김해공항을 통해 부산으로 온 외국인들은 부산을 정신 없고, 분주하고, 시끄러운 도시로 기억할 것이다. 인천공항 같은 여유는 바라지도 않는다. 비수도권 국민은 번듯한 공항 하나 갖는 게 욕심으로 내몰리는 나라에 살고 있다.

사회1부 부장 sj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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