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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완전자동화, 부산항 현실에 맞을까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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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5-23 19:21:0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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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외할머니는 한 평 남짓한 가게에서 장사를 했다. 아이들을 상대로 주전부리를 팔았는데 살림하랴 가게 보랴 바빴던 외할머니는 5살짜리였던 기자를 가게에 종종 앉혀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까까머리 중학생이 돼지저금통으로 만든 금전통에 든 돈을 다 가져가 버렸다. 금전통에 돈이 얼마 들었는지 보자는 그의 말에 속았다. 외할머니에게 많이 혼나 그런지 그날 일은 아직 생생하다. 그 뒤로도 어린애를 속였던 중학생을 원망하면서 무인으로 운영되지만 도둑이 없는 가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실제로 인건비 문제로 주인 없이 운영되는 양심가게가 많이 생겼다. 기장 대룡마을에 패널 건물로 지어진 ‘아트 인 오리’도 무인카페로 유명하다. 소비자의 양심에 맡기던 무인가게가 센서기술과 인공지능기술이 융합되면서 계산대 없는 무인편의점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지난 1월 22일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계산대가 필요 없는 점포 ‘아마존 고’를 시애틀에 처음으로 개장했다. 쇼핑이 끝난 고객은 그대로 가게를 걸어 나오면(Just Walk Out) 된다. 아마존은 ‘아마존 고’를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에도 개설할 방침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무인편의점이 곧 활성화될 것 같다. 이처럼 숨 가쁘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로 인간이 필요 없는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무인화는 결국 일자리와 연계돼 있다. 아직은 우리 일상에서 멀게만 느껴졌던 무인화가 부산 항만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해양수산부가 2022~2024년에 개장할 부산신항 신규 터미널에 무인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일자리 논란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물류 환경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자동화가 필요하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주장과 아직 검증되지도 않은 데다 기존 근로자들의 대량 실직을 불러올 무인자동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장한 중국 상하이 양산항은 하역, 이송, 보관, 반출 등 전 단계에 완전 무인자동화된 시스템을 도입했다. 원래 1000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완전자동화로 1년 내 300명 인원만으로 항만 운영이 가능하단다. 아직 개장 초기 단계라 생산성은 목표에 미달하지만 곧 시간당 40무브(시간당 40개 컨테이너 처리)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완전자동화는 아직 초기 단계인 데다 투자비가 막대해 회수에 오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환적화물 비중이 50%를 넘고 주말에 화물이 몰리는 부산항의 특성상 자동화 시설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오히려 항만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항만 완전자동화는 2015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시작됐다. 세계적인 터미널 운영사인 허치슨포트 역시 로테르담에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 허치슨포트의 앤서니 탐 홍보 본부장은 로테르담 외에 현재 운영 중인 각지의 터미널뿐만 아니라 앞으로 개발해 운영할 태국, 파키스탄 등의 터미널에 완전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사람이 필요 없는 무인자동화 항만이 아직은 초기 단계이고 투자비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란다. 무엇보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대량 물량 등 고객의 요구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 심사숙고한 결과 도입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항만 완전자동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가 완전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고려하지 않는 점은 한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도 완전자동화 시스템이 부산항의 현실에 맞는지 학계와 현장관계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깊이 있게 논의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의 항만과 달리 부산항은 전제 조건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화물이 많은 중국과 달리 부산은 환적화물 비중이 높아 급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고 주말에 일이 몰려 자동화가 힘들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람이 기계에 밀려나면서 ‘자동화 엔지니어’와 ‘실직자’로 나뉘게 될 것이다. 부산항이 완전자동화된 후 실직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해양수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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