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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걷는 부산’ 담대한 도전 /박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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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25 18: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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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성(城)을 쌓는 자, 길을 내는 자. 성은 진지를 구축해 안전을 안겨주지만 스스로 갇혀 버리는 것이 약점이다. 반면 길 내기는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곤 하지만 필경 고단한 여정이다. 성과 길. 메타포로 가르마를 질러 보면, 성은 정주 머뭄 지키기 토건자본의 의미가 있고, 길은 유목 개척 변화 인간자본의 의미를 함축한다. 따져보면 역사는 성과 길의 충돌과 조화였다.

성 쌓기가 미덕이 될 때도 있었지만, 역사는 길을 내는 데 힘쓰라는 교훈을 던져준다. 한때 유라시아를 호령했던 투르크제국의 명장 톤유쿠크의 명언은 여전히 가슴을 흔든다. “성을 쌓는 자 망할 것이나, 길을 닦는 자 흥하리라.”

부산은 성을 쌓고 있는가, 길을 내고 있는가. 6·13지방선거 후 시민사회가 던지는 질문이다. 해양수도 건설과 가덕도 신공항, 등록엑스포 등을 앞세운 오거돈 당선인의 공약은 성 쌓기에 치중해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물론 그 속에 길 찾기의 고심이 읽히지만, 시민 여망이 그것인지는 아리송하다. 시민사회의 바람은 ‘뭔가 확 바꾸라, 변하라!’는 것이다. 파란색 물결은 숫제 민의의 무서움이다. 우리는 지금, 역동적인 민주주의의 한 장면과 걷고 있다. 걷는다는 것이 엄숙하게 다가온다.

바로 이것이다. 걷는 부산! 시대변화에 부응하고 행복도시의 꿈을 이루는 슬로건이다. 6·13지방선거 과정에서 이미 이슈화되었고, ‘오거돈 캠프’에서 공약화한 의제라 실행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걷는 부산’은 시민의식을 깨워 진정한 보행친화도시로 바꾸자는 신문화운동이다. 자동차 중심, 성 쌓기식 토건 행정, 질주와 편리에 젖은 의식 구조를 사람 중심, 문화 중심, 생태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정책 어젠다이자 실천 대안이다. 말하자면 새로운 길 내기의 거대한 실험인 셈이다.

부산은 걷기 힘든 도시다. 걷기 좋은 길은 갈맷길 구간과 몇몇 도심 테마길 정도다. 집밖에만 나가면 차량이 달려들어 시민들은 보행 불안(不安), 보행 불편(不便), 보행 불리(不利)한 상황에 놓인다. ‘보행 3불(不)’ 도시. 차가 사람을 치는 보행자 사망사고가 부산에서 연간 100여 건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보행 3권(權), 즉 보행안전권, 건강권(그린웨이를 걸을 권리), 행복권(어메니티를 누릴 권리)을 찾아주자는 것이 ‘걷는 부산’ 어젠다의 골자다.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통행 불편을 주는 노상 적치물만 하더라도 상인들과 전쟁한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일개 부서, 몇몇 단체가 움직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부산시가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정책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마스터플랜과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혁신적 협치기구를 가동할 때 ‘걷는 부산’의 길이 열린다.

올해는 갈맷길 개설 10주년을 맞는 해다. 그동안 탐방로 관리에 치중했으니 이제 도심 보행길을 열 차례다. ‘걷는 서울’로 한발 성큼 앞서가는 서울시부터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겠다. 보스턴과 코펜하겐의 걷는 도시 성공모델도 끌어와야 한다.

내년 10월 ‘걷기 아시안게임’으로 불리는 ‘아시아 걷기총회(ATC·Asia Trails Conference)’가 부산에서 열리는 것도 호기다. 시야를 넓혀 아시아와 세계를 바라보고 길을 말해야 한다. ATC 이벤트에 북한의 걷기단체나 체육단체를 초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 간, 북미 간 무르익는 협상 무드에 부산 갈맷길이 평화의 매개 또는 견인차가 된다면 그보다 더한 보람이 어디 있겠는가.
걷기는 시대적 흐름이요 가치다. 걷는 도시는 자연스레 건강도시, 행복도시, 생태도시로 연결된다. 일본인 의사 나가오 가즈히로는 그의 저서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북라이프)에서 걷기만큼 확실한 의사도 없다고 강조한다. 미국학자 제프 스펙은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마티)란 책에서 더 솔깃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워커블시티(Walkable city)가 되면 젊은 층이 유입되고, 일자리가 늘어나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 눈이 번쩍 뜨이지 않는가.

‘걷는 부산’은 시민행복과 소통, 일자리 창출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묘책이 될 수 있다. 성 쌓기보다 길 내기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평소 걷기를 좋아한다는 오 당선인이 ‘걷는 부산’이란 담대한 도전에 나서 부산을 확 바꿔주길 기대한다.

칼럼니스트·스토리랩 수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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