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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북한의 결핵 문제,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손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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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17 19:03:5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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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년 전의 이집트 미라에서도 결핵의 흔적이 발견될 만큼 결핵은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왔고 여전히 세계 3대 감염병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50년까지 결핵을 퇴치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면서도 그 전제 조건으로 현재의 결핵 관리 수단 외에 새로운 진단법이나 치료법 또는 예방 백신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단으로는 퇴치가 어렵다는 얘기다.

결핵이 퇴치 수준에 이른다는 것은 일 년에 인구 100만 명당 1명 이하의 결핵 환자가 발생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 인구가 대략 5000만 명이라고 한다면 매년 발생하는 결핵 환자가 50명 이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새로이 신고되는 결핵 환자는 약 3만 명에 이르고 OECD 34개국 중 가장 결핵 발생이 많을 뿐 아니라 2위와의 격차는 세 배에 가깝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1년 이후 정부 주도의 결핵 관리 정책이 추진되면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래도 2050년까지 결핵을 퇴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남북 화해 국면을 타고 양국 간 교류·협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보건의료 부문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북한의 결핵 문제이다. 남북 간 교류·협력에 대한 기대 속에 감염병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북한에서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결핵을 비롯한 여러 감염병이 국내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결핵 발생률이 높고, 전 세계적 결핵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는 추정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세계기금(The Global Fund to Fight AIDS, Tuberculosis and Malaria)’마저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북한의 결핵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모든 감염병 관리의 기본은 환자를 빨리 진단해서 치료하는 것이다. 그래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환자 치료가 곧 예방인 것이다. 대부분 감염병은 급성 경과를 보이며, 관리의 효과도 금방 나타난다. 하지만 결핵은 그렇지 않다. 결핵은 공기를 매개로 전파되어 일반적인 손 씻기나 기침예절과 같은 예방 수칙이 크게 효과가 없는 몇 안 되는 감염병 중 하나에 속한다. 그뿐만 아니라 진단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고 치료를 위해 복용해야 하는 항결핵제의 종류만도 네 가지 이상이며 최소 치료 기간도 6개월 이상이다. 그러다 보니 치료 도중 여러 사정으로 약 복용을 중단하는 환자가 많이 생기게 되고 이런 경우 항결핵제에 내성이 생겨 20개월 이상 치료해도 완치를 장담하기 어려운 다제내성결핵이 생기기 쉽다.

결핵 환자가 완치될 때까지 환자를 찾아다니며 항결핵제 복용을 확인하는 ‘직접복약확인’이라는 방법이 결핵 치료의 표준으로 제시될 만큼 결핵 치료 성공은 쉽지 않다. 또한 환자 개인적 요인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구조적 요인과 그 나라의 보건의료체계가 얼마나 잘 작동되고 있는지가 결핵 치료 성공의 결정적 요소라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결핵 문제만 단독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보건의료체계가 잘 정립되어 작동해야 하고 사회 전반의 발전이 동반되어야 결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검증된 결핵 관리 수단을 총동원한다면 전년 대비 결핵 발생 감소율의 최대치는 10%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최근 3년간 전년 대비 결핵 감소율은 평균 7.1%였다. 북한의 결핵 문제는 수년 안에 절대 해결될 수 없다. 지금 당장 결핵 관리의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는 것도 불가능할 일이지만 당장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남한과 북한의 결핵 발생률이 근접한 수준에 이르려면 수십 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사실상 세계보건기구가 추정해서 발표하는 북한의 결핵 통계 외에 실태를 알 수 있는 대표성 있는 자료도 거의 없고 북한의 보건의료체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이러저러한 대책들을 내놓거나 일방적인 지원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긴 안목을 가지고 그야말로 협력과 교류부터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결핵은 남한에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아닌가.

부산대병원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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