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자동차와 기본 /황영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25 19:13:10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자동차는 이미 생활필수품이다. 이런 사정에서 연유된 것인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아예 자동차 섹션이 따로 만들어져 있다. 신차라도 출시되면 유튜브로 자동차 시승이 중계되기도 한다. 자동차 관련 매체는 물론 일반 언론매체조차도 자동차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생산해 낸다. 현대문명의 총아이면서도 생활필수품인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 가는 느낌이다. 그런데 인터넷의 자동차 시승기에 달리는 댓글을 조금만 읽어 보면 재미있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거칠게 정리하자면, 자동차의 선택기준을 어디에 두는가에 대한 나름의 치열한(?) 논쟁이다.

다수의 댓글은 자동차의 내·외부 공간과 각종 편의장치로 포집된다. 한국에서 자동차 크기는 선택의 가장 큰 기준이 되는 듯하다. 내부적으로는 그 안락함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동시에 각종 첨단 기능도 잘 겸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거나 또는 기본적인 편의장치만 갖춘 차들은 주로 ‘가격’만 높고 갖춘 것이 없다고 폄하하는 수가 많다. 작은 크기에, 잘 달리고 잘 멈추는, 자동차의 기본적 성능에 주목하는 이들은 때로는 ‘××빠’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특정 자동차 메이커의 시장 과점 현상은 이런 댓글의 전반적인 경향을 반영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덩치가 한없이 큰 대형 승용차가 국민차로 등극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도 이 맥락으로 이해 가능하겠다.

한국 자동차 역사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미루어 짐작은 가능하다. 애초에 주로 권력가나 가진 자들에 의해서 독점되었기에, 자동차는 지금도 부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 크기에 대한 애착은 이러한 자동차 소유의 계보학에서 비롯되었을 법하다. 다른 한편으로, 애초에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자동차를 해외수출시장에서 팔기 위해서 공을 들인 것이 각종 편의장치의 적극적인 제공이라 여겨진다. 자동차의 기본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에, 부수적인 것으로 외국 소비자의 눈길을 끌어야 했을 것이다. 이처럼, 본질보다는 크기와 편의장치, 이른바 곁가지에 집착하는 우리의 집단적 심성은 사회 곳곳에서 목격된다.

실상, 한국 도로의 훌륭함은 자타가 공인한 사실이다. 특히, 산을 뚫고, 강을 건너는 도로 건설 솜씨는 세계적으로 인정된 바 있다. 하지만, 늘 외치는 세계적인 수준과는 걸맞지 않게 우리는 너무나 한심한 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도 동의할 것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한 고속도로 교량의 이음새 불량은 그냥 차치하고서라도, 도로 노면의 심각한 요철은, 자동차에 진동과 소음을 만들어, 마치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듯한 느낌을 줄 때가 많다. 문제는 이것이 일부 도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도시의 일부 간선도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도로가 이런 사정이다.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새로 만드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도로를 돌보고 다듬는 것에는 아무래도 손길이 덜 가는 것이다.

비 오는 밤이면 불빛에 반사되어 구별되지 않는 차선은 과연 운전자 시력 문제일까?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녀야 할 인도의 보도블록 요철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좁은 인도에 절반을 차지하는 전신주는 또 어떠한가? 사실상, 자동차와 도로, 인도의 모습은 그 형식만 갖추고, 실질적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관심을 갖지 않는 우리의 내면화된 근대화의 또 다른 외양이라고 하겠다. 급속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여러 가치를 고루 갖추어 나가기 힘들었던 우리는 주로 크기, 모양, 형식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런데 이제 기본과 내실을 다질 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발전주의 국가의 속성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 우리는 사회적 변환기에 와 있다. 냉전의 마지막 고리인 남북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경제적 성장보다는 삶의 가치에 비중을 두는 이른바 담대한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분배를 다시 정의(定義)에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기본적인 것을 다잡아가는 것에 그 출발점을 잡아야 할 것 같다. 필요하면 크게 멋지게 만들었다가 지나면 곧 잊어버리는, 그리고 조금만 낡으면 다시 만드는 사회적 도떼기시장의 심성에서 벗어나서, 작고 다소 불편하더라도 기본과 내실을 다지면서 있는 것을 끊임없이 갈고닦는 자세를 가질 때가 된 것 같다. 그런 자세를 가질 때, 비로소 ‘잘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외대 외교학과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31> 펑크(?)밴드 소음발광의 첫 번째 EP 앨범 ‘풋’
  2. 2[증시 레이더] 미중 무역협상 타결 쉽지만은 않다
  3. 3[다이제스트] KAFA 35기 졸업영화제 外
  4. 4신공항 거리두던 부산 한국당, 당심·표심 사이서 속앓이
  5. 5‘억대 뒷돈’ 부산항터미널 운영사 전 대표 2명 기소
  6. 6현대상선·SM상선 통합론 다시 고개
  7. 7간센터 개설 거대·다발성 간암까지 치료
  8. 8정두환의 공연예술…한 뼘 더 <31> 부산시립예술단의 ‘시스템’을 생각한다
  9. 9벤투호, 이번엔 손흥민과 최적 조합 찾을까
  10. 10“완벽한 베토벤에 제 얘기 더하니 관객들 감동”
  1. 1황교안 아들 KT 새노조 “채용비리 의혹 제기” 한국당 “음해 생산”
  2. 2손학규 “문 정부, 미세먼지 기구서 탈원전 전면 재검토해야”
  3. 3신공항 거리두던 부산 한국당, 당심·표심 사이서 속앓이
  4. 4영주2동 주민센터·지역사회보장협의체 ·중구노인복지관 「노(老)와 나의 연결고리 지원사업」업무 협약
  5. 5북구 덕천3동 “철쭉마을 환경지킴이 봉사단″ 발대식 열어
  6. 6부산 북부산 신협, 화명1동에 이웃돕기 성금 100만원 기탁
  7. 7부산 중구, 개학기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 전개
  8. 8청와대 경제보좌관에 주형철…IT기업서 20여 년간 임원
  9. 9다대 의료기기산업·터널 부담금…부산시의회 이번엔 ‘OK’할까
  10. 10여야4당 잠정합의 하루 만에…흔들리는 패스트트랙 공조
  1. 1 미중 무역협상 타결 쉽지만은 않다
  2. 2현대상선·SM상선 통합론 다시 고개
  3. 3 창업투자로 상장 앞둔 스타트업
  4. 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한진중공업 정상화 6월 윤곽 나올 것”
  5. 5고등어·갈치 오늘 가격 확인하세요
  6. 6원하는 보장 딱 하나 ‘月 500원짜리 보험’ 뜬다
  7. 7SKT 첨단보안 - KT 초고화질 ‘5G 대결’
  8. 8부곡2 재개발 시공사 선정 3번째 유찰…수의계약 가닥
  9. 9“일하고 싶은 기업으로”…롯데 직원복지 강화
  10. 10스타트업 공정가치 ‘원가 평가’ 반영
  1. 1한국도로공사 채용, 오늘(18일) 필기 응시대상자 공고
  2. 2부산대 여학생 기숙사, 3개월 만에 또 무단침입
  3. 3최정호 국토장관 후보자 "김해신공항 계획대로 추진"
  4. 4이미숙은 ‘장자연 문건’에 대해 알고 있었는가?
  5. 5“평택화재 발생? 사실 아니다” … 인접한 화성시 폐기물처리시설 화재
  6. 6부전굴다리 구조물에 부산아이파크 원정응원단 버스 충돌
  7. 7윤총경, 강남경찰서 떠난 후에도 승리 뒤 봐 준 정황 포착
  8. 8정준영 금명간 구속영장 신청… 금명(今明)이 품은 속뜻은?
  9. 9청년구직활동지원금, 소득 요건 맞아야…중위소득 120% 얼마?
  10. 10‘하나투어’ 일방적 가이드 철수, 여행객들 “한국 가고 싶은 생각 밖에”
  1. 1팀미아 이용규 3군행 불가피…임창용사태날까
  2. 2FC바르셀로나, 레알 베티스에 2-0 리드 ‘메시 전반전에만 멀티골’(전반 종료)
  3. 3 6위 첼시, 에버턴에 0-2 패배…멀어진 3위 경쟁
  4. 4넘사벽 메시, 라리가 통산 33번째 해트트릭
  5. 5이승우 "이강인 좋은 후배, 선배들과 함께 그의 성장 도울 것"
  6. 6PGA 통산 5승 심프슨 '무심코 건드려 1㎝ 움직인 볼'로 1벌타
  7. 7마스터즈로 향하는 매킬로이의 시선
  8. 8정현, 세계 랭킹 92위로 하락…마이애미오픈 출전할 듯
  9. 9프로당구협회, 초대 총재에 김영수 전 장관 내정
  10. 10벤투호, 이번엔 손흥민과 최적 조합 찾을까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삼일정신을 다시 바라보다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기고 [전체보기]
부산, 글로벌 금융도시 향한 담대한 도전 /유재수
승선근무예비역 제도의 본질 /심호섭
기자수첩 [전체보기]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배지열
소통하려면 ‘쓴 말’도 경청을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정치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반려동물’ 수난 시대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말모이와 국악
국악 선입견과 마주하기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르노삼성 사태에 뒷짐 진 정부 /이석주
‘시민명령 1호’의 민낯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운명의 성소피아
보잉의 교훈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자기 표현의 기술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일본 가와시마두부점의 소쿠리두부
베트남 향수 달랜 ‘느억맘 김치찌개’
사설 [전체보기]
지방분권 강화 주민조례발안제 조속 입법을
해양 오염 미세플라스틱 면밀한 관리대책 서둘러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황제의 이중 초상
기절을 부르는 비너스
이홍 칼럼 [전체보기]
먹방,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개념도 정리 안 된 ‘4차 산업혁명’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네 탓 싸움에 더 숨막히는 미세먼지
삐걱거리는 부울경 상생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최고의 와인은 내 곁에 있다
내추럴와인과 정월 대보름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아름다운 기증 ‘불이선란’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19부산하프마라톤대회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유콘서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