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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자동차와 기본 /황영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25 19:13:1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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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이미 생활필수품이다. 이런 사정에서 연유된 것인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아예 자동차 섹션이 따로 만들어져 있다. 신차라도 출시되면 유튜브로 자동차 시승이 중계되기도 한다. 자동차 관련 매체는 물론 일반 언론매체조차도 자동차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생산해 낸다. 현대문명의 총아이면서도 생활필수품인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 가는 느낌이다. 그런데 인터넷의 자동차 시승기에 달리는 댓글을 조금만 읽어 보면 재미있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거칠게 정리하자면, 자동차의 선택기준을 어디에 두는가에 대한 나름의 치열한(?) 논쟁이다.

다수의 댓글은 자동차의 내·외부 공간과 각종 편의장치로 포집된다. 한국에서 자동차 크기는 선택의 가장 큰 기준이 되는 듯하다. 내부적으로는 그 안락함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동시에 각종 첨단 기능도 잘 겸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거나 또는 기본적인 편의장치만 갖춘 차들은 주로 ‘가격’만 높고 갖춘 것이 없다고 폄하하는 수가 많다. 작은 크기에, 잘 달리고 잘 멈추는, 자동차의 기본적 성능에 주목하는 이들은 때로는 ‘××빠’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특정 자동차 메이커의 시장 과점 현상은 이런 댓글의 전반적인 경향을 반영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덩치가 한없이 큰 대형 승용차가 국민차로 등극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도 이 맥락으로 이해 가능하겠다.

한국 자동차 역사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미루어 짐작은 가능하다. 애초에 주로 권력가나 가진 자들에 의해서 독점되었기에, 자동차는 지금도 부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 크기에 대한 애착은 이러한 자동차 소유의 계보학에서 비롯되었을 법하다. 다른 한편으로, 애초에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자동차를 해외수출시장에서 팔기 위해서 공을 들인 것이 각종 편의장치의 적극적인 제공이라 여겨진다. 자동차의 기본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에, 부수적인 것으로 외국 소비자의 눈길을 끌어야 했을 것이다. 이처럼, 본질보다는 크기와 편의장치, 이른바 곁가지에 집착하는 우리의 집단적 심성은 사회 곳곳에서 목격된다.

실상, 한국 도로의 훌륭함은 자타가 공인한 사실이다. 특히, 산을 뚫고, 강을 건너는 도로 건설 솜씨는 세계적으로 인정된 바 있다. 하지만, 늘 외치는 세계적인 수준과는 걸맞지 않게 우리는 너무나 한심한 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도 동의할 것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한 고속도로 교량의 이음새 불량은 그냥 차치하고서라도, 도로 노면의 심각한 요철은, 자동차에 진동과 소음을 만들어, 마치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듯한 느낌을 줄 때가 많다. 문제는 이것이 일부 도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도시의 일부 간선도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도로가 이런 사정이다.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새로 만드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도로를 돌보고 다듬는 것에는 아무래도 손길이 덜 가는 것이다.

비 오는 밤이면 불빛에 반사되어 구별되지 않는 차선은 과연 운전자 시력 문제일까?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녀야 할 인도의 보도블록 요철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좁은 인도에 절반을 차지하는 전신주는 또 어떠한가? 사실상, 자동차와 도로, 인도의 모습은 그 형식만 갖추고, 실질적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관심을 갖지 않는 우리의 내면화된 근대화의 또 다른 외양이라고 하겠다. 급속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여러 가치를 고루 갖추어 나가기 힘들었던 우리는 주로 크기, 모양, 형식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런데 이제 기본과 내실을 다질 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발전주의 국가의 속성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 우리는 사회적 변환기에 와 있다. 냉전의 마지막 고리인 남북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경제적 성장보다는 삶의 가치에 비중을 두는 이른바 담대한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분배를 다시 정의(定義)에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기본적인 것을 다잡아가는 것에 그 출발점을 잡아야 할 것 같다. 필요하면 크게 멋지게 만들었다가 지나면 곧 잊어버리는, 그리고 조금만 낡으면 다시 만드는 사회적 도떼기시장의 심성에서 벗어나서, 작고 다소 불편하더라도 기본과 내실을 다지면서 있는 것을 끊임없이 갈고닦는 자세를 가질 때가 된 것 같다. 그런 자세를 가질 때, 비로소 ‘잘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외대 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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