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박무성 칼럼] 먹방과 국가주의, 그리고 집권 2년 차

점차 국가개입 피로감, 보수진영 이념공세에 민심도 돌아서는 시기…문 정부의 저력 보일 때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먹방(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송) 규제를 놓고 야기된 국가주의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가지를 치며 확산되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4일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폭식을 조장하는 광고와 미디어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마련해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힌 게 발단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조선 시대도 아니고 왜 국가가 일일이 먹는 데까지 간섭하고 시장에 개입하느냐”며 먹방 규제는 ‘국가주의적 발상’이라고 했다. 여기에 여당 측은 “뜬금 없다”는 대응부터 “선동 정치” 심지어 “독재 이미지 씌우기”라며 맞불을 놓았다.

꽤 심각하고 거창한 얘기들이 오갔지만, 정작 먹방의 실태나 규제 필요성 여부는 몽땅 빠졌다. 비만이 개인 문제를 떠나 심각한 국가적 관리대상 질병이라는 원론적 공감대도 물론 없었다. 요즘 먹방은 가히 대세다. ‘여행하면서 먹고, 수다 떨면서 먹고, 무조건 많이 먹고’식 프로그램이 지상파뿐 아니라 케이블 TV, 유튜브까지 점령했다. ‘먹방 공화국’이라는 자조는 점잖은 표현이고, ‘대식가 전성시대’ ‘폭식 권하는 사회’라는 말도 나온다. 외국인들은 ‘푸드 포르노’라고 비아냥거린다. 흥밋거리를 넘어 우리 음식문화가 지나치게 표피적이고 상업적으로 물들어간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참에 정치권에서 먹방 문제를 민생정치 일환으로 진지하게 다뤄봤더라면 대박이 났을텐데 아쉽다. 아무튼 먹방과 국가주의 논란은 애초 초점부터 어긋나 있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국가주의’ 발언은 먹방 규제 논란 이전부터 잦았다. 지난달 18일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초·중·고 내 자판기 설치 금지법을 두고 ‘국가주의적 경향’이라고 지적했고, 일주일 뒤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을 겨냥해 “국가주의 유령을 없애는 게 적폐 청산이 돼야 한다”는 말도 했다. 정부를 겨냥해 “국가주의에 빠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게 비대위원장이 된 뒤에만 대여섯 차례다. 김 위원장의 ‘탈국가주의’ 주장을 두고 당 안팎에서도 평가가 엇갈리는 모양이다. 정부와 대립각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말이 있는 반면, 당 인적 쇄신 등 절실한 혁신은 외면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문 정부와 대립구도를 통해 박근혜 탄핵 이후 와해되다시피 한 보수의 결집 효과를 노리는 것 같다. 이를 뒷받침하는 듯한 정황도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의 성 정체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등 군 동성애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면서 정치권 보혁논쟁이 재점화될 조짐도 있다. 한국당의 이런 시도가 보수의 재건 또는 부활로 이어질 것인지, 보수의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논의를 미루자. 다만 문재인 정부 2년 차에 접어들어 국가 개입 내지 정부 만능주의에 대한 여론의 피로감이 생기는 시점에서 ‘국가주의’라는 담론으로 사실상 이념 공세를 펴고 있다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의 국가주의 공세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근간에 제동을 거는 셈이다. 적폐청산 작업과 한반도 평화구상, 두 축을 중심으로 지난 1년을 전개해왔던 문 정부로선 최저임금과 일자리 등 먹고사는 문제 탓에 여론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건 적잖은 부담이다. 지난 지방선거 직전 80%를 넘나들던 지지율이 7주째 하락세를 보여 6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야당을 위시한 보수 진영이 문 정부의 경제정책에 연일 맹공을 퍼붓는 것은 상투적인 공세라고 쳐도, 얼마 전 진보 지식인 300여 명이 ‘담대한 사회경제 개혁을 촉구하는 선언’을 발표한 것은 문 정부가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보수 진영은 지난 1년의 경제 성적표를 놓고 국가주의 이념으로 공격하고, 진보 진영은 개혁을 포기하거나 적당히 실용주의로 물러서려는 건 아닌지 의지와 진정성을 의심하는 형국이다.

문 정부는 태생적으로 부채를 안고 있다. 2016년 말 촛불시위에서 분출된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다. 그건 ‘상식의 복원’이었고 ‘공정의 확립’이었다. 공정은 갑질과 특권, 부당이득을 해소하는 것이고 상식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특권과 불공정은 취업시장에서부터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주종관계, 지대추구 구조에 이르기까지 도처에 깊고 광범위하게 자리하고 있다. 문 정부가 민심의 기대치에 답할 여유도 없이 민심은 인내의 한계를 드러낸다. 갈 길은 멀기만 한데 사회경제적 의제들 어느 것 하나 해법 찾기가 여의치 않다. 먹방 규제와 국가주의 논란은 2년 차 문 정부에 대한 보수 진영의 선전포고인 동시에 우군이던 민심의 반전이 시작될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어쩌면 갈림길에 서 있다. 집권세력의 선한 의지만으로 경제가 거저 살아날 리 없고, 담대한 기치만으로 개혁의 추동력을 끌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집권 2년 차, 이제 저력을 보여야 할 때다.

논설주간 jcp1101@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609 부지에 38층 호텔 들어선다
  2. 2엘시티 ‘높이 411m’ 위용…골격 완성되다
  3. 3부산 유명 클럽서 시민·미군 쌍방폭행
  4. 4센텀 신세계百, 야외주차장 10년째 허송세월
  5. 5동래구 신청사 설계안 용역 일시 중단
  6. 6청와대 경호원 기관총 노출 논란
  7. 7의인 이수현 아버지 이성대 씨, 아들 곁으로
  8. 8[서상균 그림창] 한국, 미세먼지 최악 5국
  9. 9김은경 전 장관 25일 영장심사…문재인 정부 장관 구속 1호 되나
  10. 10[국제칼럼] 나의 ‘그린북’ /정순백
  1. 1PK·TK에 각각 신공항?…해석 분분
  2. 2청와대 경호원 기관총 노출 논란
  3. 3김학의 재수사 급물살 탄다
  4. 4서병수 전 시장 “김해신공항 예정대로 해야”
  5. 5안철수 6월 복귀설, 신당 창당설 솔솔
  6. 6창원 성산 민주-정의 단일후보 25일 결정
  7. 7“KT 황창규, 20억 들여 정관계 로비”
  8. 8문재인 기관총 경호, "경호수칙 위반"VS"공식 행사장 아닌 시장이라 가능"
  9. 9김은경 전 장관 25일 영장심사…문재인 정부 장관 구속 1호 되나
  10. 10창원성산 후보 토론 ‘스타필드’ 난타전
  1. 1엘시티 ‘높이 411m’ 위용…골격 완성되다
  2. 2센텀 신세계百, 야외주차장 10년째 허송세월
  3. 3부산 고령화 속도 전국서 가장 빨라
  4. 4엘시티, 주변도로 확장 등에 213억 기부
  5. 5에코델타시티 물류 로봇이 실어 나른다
  6. 6한국, 미세먼지 최악 5개국 포함
  7. 7부산 플러스 벨트- 원천기술 플러스
  8. 8미세진동·소음 등 점검…신형 쏘나타 출고 지연
  9. 9교복 스니커즈, 향기 나는 장화…부산시, 신발기업 9곳 집중육성
  10. 10행안부의 지자체 금고 지정 개선안, 지방은행 불리한 ‘협력사업비’ 존치
  1. 1해운대 609 부지에 38층 호텔 들어선다
  2. 2발렌시아 딸 킴림 “버닝썬 스캔들과 무관”
  3. 3스쿨존 낮시간 차량진입 전면제한
  4. 4지창욱, 린사모와 찍은 사진 공개
  5. 5일부 부구청장 관용차 출퇴근 고수
  6. 6동래구 신청사 설계안 용역 일시 중단
  7. 7상습정체 푼 양산시·기장군 ‘상생 행정’
  8. 8김해공항 주기장 곳곳 균열…9개월째 부실시공 보수공사
  9. 9부산 연제구 거제동 창고서 불…검은 연기 하늘 뒤덮어
  10. 10연제구 거제동 주택가 화재 발생… 인명 피해 없으나 주택 다수 태워
  1. 1확 달라진 김원중…겁 없는 ‘배짱투’ 통했다
  2. 2아수아헤, 공격은 느낌표 수비는 물음표
  3. 3고진영, 4타 차 뒤집고 극적 역전 우승
  4. 4lpga 실시간스코어, 홈페이지서 확인 가능
  5. 5이대호, 압도적 지지로 선수협 회장에
  6. 6지동원, 왼쪽 무릎 부상 대표팀 중도 하차
  7. 7페티스 웰터급 도전 VS 톰슨 상위권 도약
  8. 8내일, 한국-콜롬비아 평가전…’강팀’ 콜롬비아 피파 랭킹은?
  9. 9'연봉 1위' 롯데 이대호, 선수협 회장으로…압도적인 지지
  10. 10고진영 막판 역전승 거두며 투어 통산 3승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삼일정신을 다시 바라보다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기고 [전체보기]
3·1운동·임정 수립 100주년을 기리며 /민병원
기후변화 대응 그리고 미래 /김종석
기자수첩 [전체보기]
돌아오지 않는 유커 /민경진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배지열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정치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반려동물’ 수난 시대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말모이와 국악
국악 선입견과 마주하기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검경의 손에 달린 진실 /유정환
르노삼성 사태에 뒷짐 진 정부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진달래 산천
행복지수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자기 표현의 기술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일본 가와시마두부점의 소쿠리두부
베트남 향수 달랜 ‘느억맘 김치찌개’
사설 [전체보기]
미,추가 대북 제재 중지…북미 협상 동력 이어가야
장애인 콜택시 봉사료 인하, 예산 탓만 할 일인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황제의 이중 초상
기절을 부르는 비너스
이홍 칼럼 [전체보기]
먹방,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개념도 정리 안 된 ‘4차 산업혁명’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네 탓 싸움에 더 숨막히는 미세먼지
삐걱거리는 부울경 상생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연둣빛 봄날에
봄이 오는 길목에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스파클링와인, 우연히 만들어진 명품
최고의 와인은 내 곁에 있다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아름다운 기증 ‘불이선란’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2019 다이아모든브리지 걷기축제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19부산하프마라톤대회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유콘서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