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화염산(火焰山) /박은경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08 19:06:15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활활 타오른다. 마치 화마를 삼킨 마왕이 미쳐 날뛰는 것 같다. 며칠 전이 입추였으나 폭염에 무색하였다. 많은 생명체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이렇게 올여름은 사상 최악의 폭염이 기록을 거듭 경신하며 폭주하고 있다.

이쯤 되면 서역으로 가는 실크로드 루트 투루판에 위치한 화염산이 연상된다. 이 산은 온통 붉은색 사암으로 이뤄진 황무지이다. 100㎞에 걸친 모래 산이 병풍처럼 쫙 펼쳐져 있다. 보통 45도를 웃도는 기온이나 혹서에는 80도에 이른다고 하니 화염지옥이 따로 없다. 화염산 주변에는 오로지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다. 초록색 그늘이나 오아시스는 찾기 어렵다. 산기슭 전체가 활활 타오르는 불길 모양의 형태를 이뤄 화염산으로 일컫고 있으나, 가히 명부세계의 화염지옥이 지상 이곳에 있는 것 같다. 붉은 모래산 앞쪽에 붉은색으로 화염산이라 새긴 바위가 있다. 그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하차하면 땅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와 타오르는 기류를 바로 느낄 수 있다.

화염산이 등장하는 대표적 문학서로 서유기를 들 수 있다. 서유기는 7세기 당나라 삼장법사 현장이 서역에 건너가 불전을 구해온 사실에 입각하여 중국 명대에 창작유산으로 거듭난 판타지 장편소설이다. 서유기는 현장법사가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을 거느리고 불전을 구하러 인도로 가는 도중에 겪은 온갖 시련과 고난의 에피소드가 상상을 초월하며 펼쳐지는 콘텐츠로 유명하다. 도술이 뛰어난 손오공은 천제의 궁전을 소란스럽게 한 죄로 말미암아 오백 년 동안 오행산에 갇혀 지냈는데, 현장에 의해 구출되면서 그와 함께 서역으로 길을 떠난다. 그는 악을 물리치는 용맹무쌍한 주인공 캐릭터의 이미지로 활약상을 펼친다.
그런 그가 현장법사를 모시고 서역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곳이 바로 화염산이었다. 그런데 그 화염산이 불길에 활활 타올라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었다. 이에 손오공은 불을 다스리는 영험한 보물 파초선을 손에 넣기 위해 결국 철선공주와 결투를 벌이게 된다. 철선공주는 파초선을 이용해 회오리 강풍을 일으켜 손오공을 단숨에 멀리 날려 보내 버렸다. 이윽고 손오공은 영길보살로부터 바람을 다스리는 정풍주라 일컫는 신비로운 구슬을 빌려, 구름을 타고 다시 철선공주에게로 되돌아갔다. 그러자 철선공주는 파초선으로 손오공을 재차 날려보지만 정풍주를 지닌 손오공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이에 손오공은 도망치는 철선공주를 쫓아가 작은 벌레로 변신하여 그녀가 마시는 차를 이용해 그녀의 몸에 들어갔다. 그리곤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렸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철선공주를 제압한 손오공은 그녀로부터 파초선을 획득하여 화염산의 불길을 끄고 현장법사 일행과 다시 서역으로 향하였던 것이다.

최악의 폭염이 서유기에 등장하는 활활 타오르는 지옥의 화염산과 다를 바 없다. 다양한 지옥의 광경을 담은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이 여름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긴 폭염으로 인해 시달린 심신을 기상천외한 지옥 판타지 광경을 통해 순간 잊고 싶은 것이다.

지옥은 불교나 도교의 텍스트에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죄를 짓고 죽은 자들이 고통을 당하는 처참잔혹한 지옥 그림은 어둠 속에서 고통받는 흑암지옥, 칼에 찔리는 도산지옥, 설산에 갇히는 설산지옥, 창자와 폐를 빼내는 추장발폐지옥, 가마솥에서 고통받는 확탕지옥, 불구덩이에 빠지는 화갱지옥, 생전에 지은 죄를 업경에 비춰보는 업경지옥, 혀가 뽑히는 발설지옥, 몸에 징을 박는 정신지옥, 뜨거운 기둥에 묶여 고통받는 동주지옥, 톱으로 몸을 자르는 거해지옥, 피부를 벗기는 박피지옥, 몸을 찧는 춘마지옥, 돌 틈에 압사당하는 석개지옥, 활활 타는 철옹성에 갇혀 짐승들로부터 고통을 받는 아비무간지옥 등이 있다.

이 같은 지옥 장면 가운데 대표적인 화염지옥은 확탕지옥이다. 옥졸들이 죄인들을 펄펄 끓는 가마솥 안에 집어넣어 처참한 고통을 받게 한다. 이곳은 살아 있는 생물을 뜨거운 물에 집어넣어 죽인 자들이 빠지는 지옥이다. 이처럼 처참잔혹한 지옥 그림은 사찰의 명부전에 걸려 보는 이로 하여금 교화의 메시지와 구제의 방편을 전달코자 하였다. 악업을 쌓으면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마음을 다해 공양하고 예배를 하면 지옥으로부터 구제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폭염의 끝은 온다. 어김없이 가을은 온다.

동아대학교 인문대학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민홍철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이채익 행안위 한국당 간사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국가보안법이란 ‘지뢰’를 어찌 할 것인가
우리의 말과 글을 더는 학대하지 말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통영에서 반드시 불어야 할 훈풍
활력이 넘치는 교토의 특별한 비밀
기고 [전체보기]
제대군인에게 감사와 일자리를 /김성태
부산을 동북아 해양금융중심지로 /이기환
기자수첩 [전체보기]
‘윤창호법’ 국회 통과를 /박호걸
귀 닫고 눈먼 다섯 수협 /이수환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생활 SOC: 천사도 디테일에 있다
한여름의 몽상: 부산의 다리들이 가리키는 ‘길’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나는 할 말이 없데이…’
‘미스터 션샤인’ 오해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공기업 인사청문회에 쏠린 눈 /윤정길
‘덕후’ 생산하는 이야기의 힘 /신귀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노면전차
건강염려증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고요한 물
폭서(暴暑)와 피서(避暑)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사설 [전체보기]
부산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대대적 개편 주목한다
지자체 공무직·기간제 채용 비리 차단책 마련하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아동수당 보편주의 원칙과 은수미 성남시장
국민연금 개혁, 공론조사가 필요하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2018 국감 관전기
지방은 이토록 당하기만 할 건가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