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을 모항(母港)으로 일본과 러시아를 잇는 크루즈선이 내년 4월부터 시범 운항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 3개국 항을 연결하는 것이니, ‘환동해권 관광 뱃길’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 모항은 관광 등의 목적으로 잠시 들르는 기항(寄港)과 달리, 배가 출발하고 종착하는 근거지 항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아주 크다. 승객과 승무원들이 모여들어 시내 관광·쇼핑·교통 등의 수요가 느는 데다, 선박에 필요한 기름과 식자재·부품 같은 선용품을 공급함으로써 지역 경제 파급효과도 가져올 수 있으니 말이다.

그간 부산항은 크루즈선이 들어와도 대부분 당일치기로 다녀가는 단순 기항지 성격이었다. 입항 이후 시내 관광 없이 배에 그대로 머무는 승객도 수두룩했다. 지금도 그런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더욱이 크루즈선에 부산지역 선용품과 선박부품 등이 공급되는 것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니 크루즈선이 많이 입항해도 실속이 없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모항은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가 단순 기항보다 3배 이상이라는 분석이 그걸 말해준다.

이번 크루즈 노선에는 1800명 수용능력의 5만7000ｔ급 배가 투입된다. 부산과 강원도 속초, 일본 마이즈루·가나자와·사카이미나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6개 항만 도시를 오가는 것으로 2항차 규모다. 기존 동북아 크루즈선이 중국 상하이 위주인 것을 감안하면, 부산에게는 모항의 토대를 닦을 좋은 기회이자 시험대다. 게다가 부산시와 이들 기항지 자치단체가 공동 마케팅과 함께 세관검사 간소화 등을 상호 지원한다니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현재 부산항의 크루즈선 유치는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부산에 온 크루즈선 관광객은 7만1980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1.5% 줄었다. 2016년 하반기에 비해서는 5분의 1 수준이다. 전체 80%인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이 ‘사드 보복’ 영향으로 급감해서다. 이처럼 과다한 중국 의존도를 탈피하고 시장 다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도 부산 모항의 크루즈선을 활성화하는 게 절실하다. 그와 아울러 크루즈 승객과 승무원들이 지역 선용품과 선박부품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부산시와 관련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