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부산은 ‘금융’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금융산업은 미래 부산의 확실한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자생적으로 금융의 중심이 된 서울과 달리 부산은 정책적으로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그런 탓에 ‘금융중심지 부산’이란 이름은 아직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다. 밤이면 남구 문현동 BIFC(부산국제금융센터) 건물이 화려한 조명을 밝히지만 이곳엔 ‘마지못해’ 옮긴 금융공공기관 외에 국내외 금융사 한 곳도 들어서지 못했다. 과거 서울과 부산이 비슷하게 진행돼오던 해외 IR(투자자 설명회)의 실적이 최근 2, 3년 새 눈에 띄게 차이 나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방증한다.

최근 3년간 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가 해외에서 진행한 금융중심지 IR 실적을 비교하면 서울은 9건, 부산은 2건이다. 지난 10년간 해외 금융기관 유치 활동에도 소득이 없자 사실상 부산은 유치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IR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금융기관 유치 실패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 10년이 아니라 향후 10년에 대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게 문제다. 금융중심지 지정만 하고 방치한 정부 당국의 책임이 크지만 부산 역시 금융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절박함이 없었다. 전통 주력 산업인 조선 해운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맞고서야 금융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정도다.

정부의 제3 금융중심지 지정 움직임으로 부산은 제2 금융도시 위상마저 위협받게 됐지만 부산에 그만한 위기 의식은 없어 보인다. 제3 금융도시를 노리는 전북 전주에는 글로벌 금융기관이 하나둘 자리를 잡는 분위기다. 미국의 스테이트스트리트 은행(SSBT)과 BNY 멜론이 내년 초 사무소를 개설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자리잡은 덕분이다. 부산에 온 금융공공기관들 다 합쳐도 국민연금 하나만 못하다 할 정도로 알짜 중의 알짜 기관이다.

지난주 전주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다녀온 학계 관계자는 “전주는 이미 금융중심지 지정을 기정 사실화하고 세부 전략을 짜고 있더라. 업계의 힘도 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처럼 부산은 해외는커녕 국내에서조차 서울 외에 전북과도 경쟁해야 할 판이 됐다. 금융중심지 정책의 대대적인 재정립이 필요함에도 여전히 부산시 인식은 안일해 보인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 9월 내놓은 ‘새로운 금융중심지 10년의 구상’엔 화려한 목표만 제시됐을 뿐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실천 전략은 찾기 어려웠다. 지난 10년 동안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10년간 너무 많은 목표가 나열됐다. 해양금융 허브, 위안화 허브, 핀테크 클러스터, 남북경협 금융센터…. 부산만의 특화전략을 잡아야 하는데 아직도 겉도는 느낌이다.

부산시의 원대한 꿈을 따라가려면 지금의 조직과 인물,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정작 부산시 조직에서 금융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단일 ‘과’ 하나도 없는 게 부산의 현주소다. 오 시장 체제 들어서 부산시에서 금융을 담당하는 서비스금융과는 ‘과학서비스금융과’로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내부 조직만으로 어렵다면 지역의 민·관·학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성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다시금 묻는다. 부산은 금융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려는 의지가 있는가. 그러면 정책의 우선순위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부산 내부에서부터 자신이 없다면 금융중심지라는 타이틀은 포기하는 게 낫다.

서울경제부 차장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