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부산항 북항에 건립될 오페라하우스가 논란이 될 때마다 가슴앓이를 했다.

부산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던 2007년 북항재개발은 대륙으로 향한 꿈을 품고 매립공사 등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막대한 재원은 쏟아 붓는데 마케팅이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세계적인 항만재개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찾아보았다.

일본 요코하마의 항만개발 성공 원인이 주목됐다. 1989년 요코하마 항만 재개발을 시작하면서 ‘미나토미라이21’이라는 엑스포를 개최하여 미래항만을 마케팅한 것이다. 이때 미츠비시 본사를 유치하는 것이 신호탄이 돼 일본 굴지의 기업은 물론 세계적인 기업의 요코하마 본부를 유치함으로써 항만개발 기간 꾸준히 마케팅을 진행한 것이 항만개발의 성공 비결이었다.

그런데 항만 매립으로 시작된 북항재개발은 막대한 예산이바닷속에 투입되는데, 단 1평의 땅도 팔지 못하고 마케팅의 마스터플랜조차 없었다. 이후 투자 유치 1호로 오페라하우스를 선택한 데는 적지 않은 의미가 있었다.

북항의 랜드마크로 충분한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유라시아를 잇는 대륙철도시대가 열리면 유럽의 오페라 팬들을 따뜻한 남쪽도시 부산에 유인할 수 있고, 해양항만도시 부산에 예술 문화의 번듯한 인프라까지 조성돼 해양도시 부산의 확장성은 세계로 뻗어나갈 것으로 예상됐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세계적인 기업가의 반열에 오른 분으로, 나이가 들면 고향을 생각하고 이름을 남기고 싶어하는 욕구가 커질 것이다. 그러니 한 번 부딪쳐보자, 하여 롯데호텔 김승웅 사장을 만나 첨단도시가 들어설 북항에 신 회장의 호를 딴 상전(桑田) 오페라하우스를 짓자는 제안을 하고 자세한 프로젝트 제안서를 일본 본사에 보냈으나 아들들이 내키지 않아 한다는 부정적 답변만 받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2007년 12월 말 새로운 기회를 포착했다.신 회장은 매년 신년 초에 부산시장과 만찬을 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회장님은 정치인이 아니고 경제인인데 왜 시장만 만나고 부산지역의 경제인은 만나지 않습니까”라며 상공회의소 회장의 면담 요청을 롯데 측에 전달했다. 2008년 1월 3일 오찬 약속이 잡혔다.

오찬장에서 신정택 회장의 적극적 요청에 마치 준비된 것처럼 신 회장은 “비용은 롯데그룹이 부담할 것이 아니고 제 사비를 털어야 겠네요” 라는 강한 긍정의 답변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곧바로 비서실장에게 제안서 검토를 지시했다. 상상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해 5월 부산시와 롯데는 오페라하우스 건립 MOU를 체결하고 신 회장이 1000억 원을 투자하고 기부 채납하기로 했다.

이처럼 어렵게 유치한 북항 투자 1호 랜드마크인 오페라하우스는 논란이 많았으나, 10년의 세월이 경과되며 설계가 완성되고 기공식까지 마쳤는데, 일부 반대 여론에 밀려 공사 진행이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다. 매년 발생할 운영관리비 문제, 과연 부산에 오페라하우스가 필요한가 등의 논리가 발목을 잡는 이유로 알고 있다.

그러나 처음 제안할 때 오페라하우스는 롯데가 건립하고 50년 운영권을 주기로 했는데 롯데가 1000억 원만 내고 운영을 마다할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또 부산이라는 해양문화도시가 예술적인 수준이 미달되어 오페라하우스는 가당찮은 공간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최근 북항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재개됐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대륙철도의 기종점역이 될 북항에 수준 높은 공연을 통해 세계 도시 부산을 꿈꾸는 것은 절대 사치가 아니다. 앞으로 운영 수입 부족과 관리비용이 문제 된다면 오페라하우스에 뮤지컬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당초 계획대로 롯데에 운영을 맡긴다면 가능하리라 본다.

북항재개발 지역에 호텔, 아파트, 기업체 사옥 등이 배치되는 것을 볼 때마다 이것이 부산의 현주소인가 하는 안타까움이 생겼다. 대륙으로 향하는 전진기지로서의 북항에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오페라하우스가 온전하게 건립된다니 가슴이 설렌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