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브레이커는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상품을 일컫는 인터넷 유행어다. ‘부모 등골을 부순다’ ‘부모 등골을 뽑아먹는다’라는 표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등골 브레이커 원조는 1990년대 당시 유명 NBA 농구선수가 착용하는 농구화였다. 이후 ‘노스페이스’ 점퍼가 10대에게 크게 유행하면서 등골 브레이커라는 말이 일반화됐다.
요즘 등골 브레이커 계보는 롱패딩이 잇고 있다. 보온 효과가 좋고 활동성이 뛰어난 롱패딩은 지난해 겨울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올해는 쇼트 패딩이 유행할 것이라는 패션계의 전망은 청소년에게 먹혀들지 않고 있다. 롱패딩은 이제 10대 청소년의 필수품이 될 정도로 인기다. 청소년에게는 제2 교복이나 마찬가지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롱패딩을 외투 대용으로 입은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풍경은 전국 초중고 어디에서나 낯설지 않다.
롱패딩의 가격은 등골 브레이커답게 만만찮다. 10만 원대부터 100만 원이 넘는 고가까지 천차만별이다. 청소년이 많이 입는 가격대는 50만 원 전후라고 한다. 보통 월급쟁이 부모 입장에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는 가격대다. 그렇다고 부모로서는 저가의 롱패딩을 사주기가 아무래도 꺼림칙하다. 자식 기죽지 않게 하려는 게 많은 부모의 마음이다. 그래서 “다른 데 좀 아끼지”라며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평균 가격대를 사준다.
하지만 너무 고가의 롱패딩이 출시되면서 ‘패딩 계급론’이란 말까지 등장하고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롱패딩이 친구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청소년 범죄를 유발하는 발단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롱패딩을 입지 못하는 학교도 일부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한다고 한번 바람 탄 유행을 학교가 억지로 막기는 힘든 일이다.
이런 패딩을 군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최전방 부대 근무 장병에게 패딩형 동계점퍼를 보급하기로 했다. 두툼하고 무거워 불편한 지금의 군 방한복과 비교하면 근무 여건이 좀 좋아지는 셈이다. 예비역 입장에서는 “요즘 군대 좋아졌다. 말뚝 박아라”라는 농담이 나올 만하다. 현역으로서는 듣기 불편할 수 있지만.
그런데 패딩은 점퍼의 콩글리시 표현이다. 원래 점퍼는 공수부대원의 방한용 옷인데, 우리는 편한 발음으로 잠바라고 말했다. 어원을 따져보니 패딩은 원래 자리였던 군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