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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산의 벤처기업인들 부산을 떠나라 /이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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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1-20 19:06:2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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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는 호두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겉이 단단해 속살은 호두의 딱딱한 부분까지 가득 차 있어 빈틈이 거의 없다. 이것이 한국의 경제다. 무슨 말인고 하니, 한국경제가 성장기 땐 뭔가 혁신적인 기술이 나와도 타인의 파이를 침해하는 부분이 적었다. 풀무원의 예를 들어보자. 20년 전 풀무원이라는 작은 기업이 유기농 콩나물을 키워 시장에 내놓자 소비자는 열광했다. 그 사이 한국은 많은 성장을 했다. 하지만 성장은 하면서도 외형을 키우지 못했다. 즉 경제 파이는 호두처럼 겉이 딱딱한 채로 그대로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을 빗대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한국경제의 본질적 문제는 20년 전부터 큰 먹거리 산업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금의 최저임금, 주 52시간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정확한 진단이다. 국내 경제가 반도체 이후 큰 성장산업이 있나. 녹색경제, 창조경제 등으로 뭔가를 해보려고 했지만 다 빗나갔다. 이런 성장산업은 정부 영역이 아니라 민간 영역이다. 이건희 정주영 같은 분이 저질러야 한다. 그래야 국민 50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산업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이 지난 20년간 이런 상태에 정체돼 있어 소위 호두형 경제가 됐고, 그 안에서 핀테크 공유경제 드론산업 4차산업 빅데이터 바이오산업 등 혁신기술을 제안해봤자 소용이 없다. 내 밥그릇 뺏는다고 바로 반격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최근 카풀이라는 서비스를 카카오에서 출시하려고 하자 전국의 택시기사 수십만 명이 모여 반대시위를 했다. 택시기사의 처지도 이해된다. 힘겹게 월 150만 안팎을 벌고 있는데 카풀이라는 서비스가 생계형 밥그릇을 빼앗으니 용납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허락하기에는 아마 어려울 것이다. 벤처기업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겠다. 한쪽이 살고, 한쪽이 죽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마 나는 이런 현상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호두껍데기를 깰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 나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규제 완화 업무를 했다. 즉 호두껍데기를 벗기는 작업을 했는데, 이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도 마찬가지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하려면 이렇게 반대가 많은 법이다.

부산의 벤처기업들에게 고한다. 부산에서 뭔가를 해 부산이나 한국에서 사업하려고 하지 말기를 바란다. 아무리 혁신적이더라도 곧바로 규제의 벽에 막히고 기득권의 반격에 부딪혀 혁신기술이 싹트지 못하고 금방 거덜 난다. 이미 우리 사회는 호두 같은 정치, 경제, 사회시스템이 굳어져 더 성장의 기회가 없다. 희망을 품고 벤처나 창업에 뛰어든 분들에게 좀 미안하지만 이게 현실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배를 타고 떠나라. 항구가 바로 옆에 있지 않은가. 부산의 해양기질과 야성을 살려 부산과 한국을 떠나기 바란다. 여기서 어물쩍어물쩍하지 말고 기회의 땅으로 가기 바란다. 비행기로 서너 시간만 가면 큰 시장이 있다. 박항서, 방탄소년단(BTS), 소녀시대 등이 만들어 놓은 한류를 바탕으로 아세안 시장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면 좋겠다. 부산시의 벤처정책도 부산 청년들이 서울에서 창업하고 시장을 개척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아시아의 큰 거점시장에서 창업하고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호찌민 자카르타 뉴델리 방콕 쿠알라룸푸르 등에 부산의 벤처타운을 만들어 그곳에서 부산의 젊은이들이 창업하고 시장을 개척하도록 해야 한다. 혹자는 부산에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미 한국은 호두형 경제시스템을 깨기는 틀렸다고 본다. 여기에 있다가는 다 죽는다. 기득권의 카르텔을 깨지 못한다. 규제 완화를 외치지만 기존의 서민이 관련된 사업 항목이면 시장진입이 어렵다.
그러기에 부산의 젊은이들이 한국을 떠나 더 많은 기회의 땅에서 선견(先見), 선제(先制), 선점(先占)하라는 것이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가 아니다. 부산공화국이다. 서울에 종속되지 말고, 부산다운 기개와 잠재력으로 부산공화국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제 부산의 기업인, 벤처기업인들이 서울에 오지 말고 아시아로 가는 기업가 정신, 부산의 해양정신이 발휘되면 좋겠다.

아시아 비즈니스 동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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