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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반복되는 대형 참사 /정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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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1-23 19:22:05
  •  |  본지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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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사고는 예기치 않게 시스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사고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패로우는 이를 정상사고(normal accident)라 칭했다. 고도의 기술에 내재된 위험요소로 인해 고위험기술을 사용하는 선진국도 위험사회의 속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시스템이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작동되는 선진국에서는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스스로 성찰하지만 후진국에서는 유사 사고가 반복된다. 이런 사회는 재앙사회다.

밀양세종병원의 화재 참사에서 몇 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한 국립병원의 원장 보임을 거의 끝내고 대학 복귀를 준비하던 중 보건복지부 장관과 점심을 함께하는 기회가 있었다. 당시 세월호 참사로 정부의 모든 부처가 사태 수습에 매달리고 있었다. 필자는 장관에게 급속한 고령화의 여파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의 일부에서 보이는 후진적인 운영 행태가 화재 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각별한 관심을 기울일 것을 건의했다. 필자의 우려는 하루도 못 넘기고 다음 날 새벽 장성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로 2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대형 참사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회 전반에 걸친 안전시스템의 미비와 안전의식의 결여다.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을 꼭 집어 화재로 인한 대형 참사에 취약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일부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의 운영 행태가 너무 후진적이기 때문이다.

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현실 판단력의 장애를 보이는 만성 환자들을 위한 요양기관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의료 인력과 공간을 필요로 한다. 안전에 있어서도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조건들은 한국적 의료풍토 아래 민간영역에서 충족되기가 쉽지 않다. 비용 절감을 위해 적은 인력으로 제한된 공간에 많은 환자를 유치할 수밖에 없다. 요양 환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는 폐쇄적 공간이 유리하다. 의료의 손길이 많이 가는 환자들을 적은 인력으로 관리하기 위해 약물을 이용한 심리적 신체적 결박이 자주 행해진다. 재난 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체제다. 이런 체제의 타파가 안전 기준 강화와 관리 감독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완벽한 안전시스템과 관리감독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재난에서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체제 구축이 대형 참사를 막는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요양기관의 안전에 대한 전수조사, 안전기준에 대한 입법 및 관리감독 강화는 지극히 당연한 재난 방지대책 수순이다. 아울러 이들 기관의 운영자들은 후진적 관리 행태와 환경을 개선하는 데 적극 앞장서야 한다. 이건 오롯이 서비스 운영자들의 몫이자 책임이다. 인지능력과 현실판단력이 떨어지는 환자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불편부당한 처우나 환경에 대해 호소할 수 있는 능력이나 기회도 제한돼 있다. 정신보건시설에 수용된 상당수 환자는 의학적으로 입원이 필요한 상태가 아니라 병원을 벗어나면 오갈 데 없는 사회적 입원 상태에 있다. 이들을 과밀하고 폐쇄적 환경에 두는 것은 인권 차원뿐 아니라 화재로 인한 대형 참사의 예방적 차원에서도 지양돼야 한다.
국가는 공공의료의 강화 차원에서 장기요양이 불가피한 환자들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장기요양 환자의 관리는 치료적 차원을 넘어 사회복지적 차원에서 국가가 직접 책임지고 해야 하는 공공의료의 핵심 영역이다. 현재와 같이 민간영역에 위탁해 공공의료를 확보하는 방식으론 선진적인 의료 환경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민간영역은 비용과 수익성 제고라는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법적 기준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의료진으로 운영되었던 밀양세종병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국립병원은 시설과 운영인력 및 안전관리 면에서 민간영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호하다. 그럼에도 국립병원은 되레 병상을 축소하고, 민간영역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너무 과밀할 정도로 환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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