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와 관련해 병역법 개정권고를 내리면서 상징 논쟁이 뜨겁다. 복무기간에 대해 국방부는 공중보건의의 예를 들어 교도소에서의 36개월을 입법예고하자 반대 측은 유엔기준이란 상징을 내세워 현역의 1.5배를 주장한다. 정부 안은 기간이라는 양적 등가성만 부각시킨 것이며 경제·사회·문화적 등가성 등을 내포하는 질적 등가성에서의 불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사병에 비해 훨씬 많은 연봉과 높은 사회적 대우와 출퇴근 근무시스템, 수평적인 복무규율 등 공중보건의들이 누리는 엘리트적인 경제사회적 지대(rent)는 대체복무자에게는 존재하지 않을 것임에도 질적 등가성의 불형평성은 제외하고 양적 등가성만 강조하고 있다. 유엔의 기준을 항상 절대시하는 반대 측 주장도 서구와 다른 한국의 군문화의 구조적 특수성을 간과하고 있다.

상징세뇌의 무서운 점은 제3자도 상징피해를 모른 채 오히려 동조해 왜곡된 여론이 형성되고 이것이 이성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점이다. 복무기간은 질적 등가성 측면과 대체재의 성격 및 국제기준 등의 여러 요소도 참조해야 하므로 현역사병의 1.5배에서 2배 사이로 하되 대체복무자 사이의 내부적인 질적 등가성도 고려해 기간도 다원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복무장소를 다원화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일반 기관 등으로 확대하면 사병에 비해 질적 등가성의 격차가 더 벌어져 위장수요가 증가된다. 교도소 외에도 소년원, 치료감호소 등 복무규율이 확실한 부서로 다원화하되 거기서 환자와 장애인 수용자 등에 대한 고난이도의 돌봄을 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며 기독교 수용자가 오염되지 않도록 종교업무 등은 배제해야 한다.

대체복무 논쟁에서 짚어봐야 할 점은 우선 정부의 합숙 근무안에 대한 비판이 없다는 것이다. 통제시스템이 철저한 교도소에서 주간에 근무케 하고 야간에 강제 합숙근무케 하는 입법안은 인간성 말살, 규격화된 집단사고화, 서열화를 초래하므로 헌법의 일반행동권과 민주성 등의 가치를 정면으로 침해한다. 전방의 합숙근무는 안보를 위해 필요하지만 교도소는 야간업무와는 무관하다. 주간업무의 생산성을 저해할 수 있는 야간 강제 합숙은 합리적 근거도 없고 응보적 등가성을 위해 넣은 것이므로 출퇴근제로 수정돼야 한다. 대체복무자가 합숙의 위헌성을 소송할 여지가 있다.

또한 대체복무제 논쟁은 미시적 측면에만 치우쳐 대체복무제에 눈감은 한국사회의 거시적 측면은 간과되었다. 절대왕정기 제도인 징병제는 이제 헌법적 민주성의 측면과 안보의 생산성 면에서 재검토되어야 하고 모병제 도입 논의도 필요하다. 징병제라는 독점시장에서 억압되어온 사병의 인권화와 사회유사화의 실현이 시급하며 전방 등 특수부서를 제외하고는 출퇴근제의 도입 등 보다 철저한 군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대체복무에 대한 위장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셋째, 이번 논쟁에서는 교도소가 기피시설이 된 구조적 접근에 대한 성찰이 없어 교정개혁이 간과되었다. 국어 국사 영어 수학 등의 비전문적인 교정직 시험과목, 교정과 비친화적인 교정계급제와 밀행주의 등 교정엘리트 위주의 폐쇄적인 교도소 운영을 개혁해야 한다. 교도소장도 민간인에게 개방해 관료형 소장과 경쟁케 해야 하고 교정복지 이념과 수평적 팀제 도입 등 열린 교정개혁이 있어야 시민의 ‘님비 현상’과 대체복무자들의 거부감도 줄어든다.

대체복무제 논쟁은 국방 영역만의 문제가 아니며 그 속에 숨겨진 사회의 왜곡된 구조들을 타파하는 정책동력으로 연결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 원인은 이슈를 특정 관점에서만 상징화하는 집단과 이들의 상징을 대립시켜 양시론적 입장에서 상품화 해 가치지향적인 탐사정신이 부족한 언론의 자본성에 있지만, 근본 원인은 상징과 보도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교육의 부재로 인한 시민들의 비판적 공중의제화 부족에 있다. 독재정권들에 의해 무시되어 온 미디어 리터러시교육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필수 교과목이 되어 상징과 기사에 은밀히 숨겨진 맥락에 대한 이해력을 키워야 대체복무제와 같은 민감한 이슈에 대한 비판적 접근도 가능하고 성숙된 사회로 나갈 수 있다.

동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