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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전쟁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2-06 19:31:37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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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와인산업을 위협한다고 프랑스 포도를 모두 없애라는 명령을 내린 로마 황제 ‘도미티아누스’(재위 81~96년)는 유능하지만 고압적인 인물이었다.

   
프랑스·미국 와인의 품평회인 ‘파리의 심판’을 배경으로 그린 영화 ‘와인미라클(Bottle Shock)’ 포스터.
군대의 충성을 확보하고 제국의 복지를 증진시켰지만 그의 전제정치에 대한 불만 때문에 서기 96년 암살당한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인가. 공교롭게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와인관세 문제를 제기하며 프랑스 와인산업에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서로에게 가장 큰 와인시장이다. 하지만 미국산 와인에 대한 EU의 수입관세는 EU산 와인에 대한 미국 수입관세의 2배에 달한다. 지난해 EU가 40억 달러어치를 미국에 수출한 반면 미국은 5억5300만 달러어치만 EU에 수출하는 데 그쳤으니 충분히 시비를 걸 만하다.

와인의 종주국은 단연 프랑스다. 프랑스의 포도품종들이 미국 등 신대륙에 널리 재배되면서 국제적인 포도품종으로 명성을 알리게 된다. 낯선 기후와 토양에 적응해 새 스타일로 탄생된 ‘국제품종’의 대부분이 프랑스가 고향인 셈이다.
1919년 이후 금주령과 경제공황 등으로 치명타를 입은 미국의 와인산업은 1960년 유시 데이비스대학과 프레스노 주립대학에서 포도재배와 양조를 연구하면서 젊은 와인메이커를 교육시킬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게 된다. 프랑스 등 유럽의 와인 양조기술은 수백 년간 전통적으로 확립돼 왔지만 미국은 현대적 기술과 실험정신으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왔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프랑스계라서 프랑스 와인에 대한 관심도 많았지만 예의 빼어난 품질과 전통은 선망의 대상이자 미국와인이 극복해야 할 숙제였다.

1966년 로버트 몬다비 같은 선구자들이 현재 미국 와인의 90%가 생산되는 캘리포니아의 나파벨리에서 발효 시 온도조절, 오크숙성 등 양조 방법을 프랑스 스타일로 바꾸면서 이곳의 와인은 혁신적으로 변하게 된다. 1976년 미국독립선언 200주년 기념행사로 기획된 프랑스·미국 와인의 품평회인 ‘파리의 심판’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이 최우수 와인으로 선정된 사실은 프랑스 품종으로 만든 미국 와인의 품질이 전 세계에 재인식된 역사전 사건이다.

로버트 몬다비가 프랑스 양조장인 ‘샤토 무통 로쉴드’의 소유주 필립 로쉴드 남작과 손잡고 미국을 상징하는 와인 ‘오퍼스 원’을 만들어낸 것은 미국 와인자본을 글로벌화한 대표적 성공 사례이다. 미국이 가진 자본력을 바탕으로 프랑스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품질을 한 손에 거머쥔 와인업계의 전설을 만들어낸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유무상생(有無相生)’이란 구절이 있다. 만물의 이치를 상대적 관점에서 보고 서로 의논하라는 말이다. 오늘날 미국와인의 명성은 배타적인 경쟁과 대립이 아닌 프랑스 와인에 대한 벤치마킹과 협력으로 이루어낸 결과이다. 와인 한 잔에 담겨진 교훈, 우리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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